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지평(持平) 박문간(朴文幹)이 아뢰기를,
“하는 날에 청탁하는 자가 대궐 뜰에 분주(奔走)하였으며, 가 내리지 아니하였는데, 외간에서 벌써 아무개가 아무 벼슬에 제배(除拜)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매우 옳지 못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지만 이미 에 위임하였는데, 또 사람을 금하면 재상(宰相)을 신임하는 뜻이 어디 있겠는가?”
하였다. 이조 참판(吏曹參判) 김종직(金宗直)이 아뢰기를,
“신은 이방 승지(吏房承旨)로서 정청(政廳)에 참여하여 청탁하는 자가 어지럽게 대궐 뜰에 와서 모이는 것을 보았는데, 신은 금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이는 전조(銓曹)를 불신하는 것이다.”
하였다. 김종직이 또 아뢰기를,
“전조에서 사람을 쓰는 데에 에 구애되어, 비록 어진 인재가 있어 마땅히 올려야 할 사람이라도 탄핵하는 논의를 두려워하여 감히 하지 못합니다. 풍덕 군수(豊德郡守) 이계남(李季男) 같은 이는 어진 선비로서 에 있었으나, 올려서 옮기지 못하니, 국가에서 사람을 쓰는 뜻이 아닙니다. 이승언(李承彦)은 어우동(於亐同)의 일에 비록 하다는 이름을 얻었으나, 재예(才藝)가 있어서 쓸 만하니, 선전관(宣傳官)과 같은 벼슬은 마땅히 불가함이 없을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열 사람 가운데 반드시 한 사람의 어진 이가 있으니, 우리 나라가 비록 작을지라도 어찌 쓸 만한 자가 없겠는가? 그러나 반드시 대신이 천거한 뒤에야 알아서 쓰는데, 순자(循資)의 법은 어진 이와 어리석은 이가 함께 오래 머물게 된다. 전조(銓曹)에서 만약 마땅히 올릴 자를 올리면 사헌부 또한 어찌 감히 탄핵하겠는가?”
하였다. 김종직이 또 아뢰기를,
“
이계손(李繼孫)에게 시호(諡號)를
장경(長敬)으로 내렸는데, 장(長)이란 것은 교회(敎誨)하는 데 게을리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것입니다.
이계손이 영안도 감사(永安道監司)가 되어 학문을 권장하기를 부지런히 하여 생원(生員)·급제(及第)가 잇따라 나왔으니 학문을 일으켰다고 이르는 것은 가합니다. 교회하는 데 게을리하지 아니한 것은
윤상(尹祥)·
김구(金鉤)와 같은 이는 가하지만,
이계손은 친히 스스로 사람을 가르친 공이 없는데, 장(長)으로 시호를 더하였으니, 신은 아마도 이름과 사실이 맞지 아니할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만약 경의 말과 같다면 이름과 사실이 과연 맞지 아니하다.”
하였다. 검토관(檢討官) 송질(宋軼)이 아뢰기를,
“시호는 가볍게 고칠 수 없습니다. 한 번 그 단서를 열면 뒤에 폐단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만약 자손의 말을 듣고 고친다면 옳지 못하지만, 이는 이름과 사실이 맞지 아니하는데, 고치는 것이 무엇이 해롭겠는가? 예전에 송(宋)나라에서 사마광(司馬光)의 말로써 하송(夏竦)의 시호를 고쳤으니, 내 생각으로는 이계손의 시호를 고치는 것이 무방할 듯하다.”
하였다.
【태백산사고본】 26책 172권 1장 A면
【영인본】 10책 638면
【분류】 *왕실-경연(經筵) / *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인사-선발(選拔)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