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碧空 2005. 9. 12. 11:34
[기자수첩]정부만 만족하는 주택정책
이경호 기자 | 09/11 15:32 | 조회 4343    
 
전 세계가 집값의 거품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결제은행(BIS) 등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지난 2004년까지 지난 3년 동안 미국의 집값은 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집값 상승률(20%)을 훌쩍 뛰어 넘는 것이다.

하지만 미 당국은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는 커녕 크게 염려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다. 집값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정책이라고는 금리 인상 정도다. 경제 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거품을 완곡한 표현으로 경고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반해 우리 당국은 경제의 다른 부문은 뒷전에 두고 있다는 오해를 살 정도로 집값 잡기에 '올인(all in)'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들 역시 우리나라와 같이 정부나 주택 투자자들을 욕하지도 않는다.

이 같은 차이는 과거의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돈으로 돈을 버는 '자본차익'을 성스럽게까지 평가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 자본의 차익은 '불로소득'에 의한 '백해무익'한 행위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특히 주택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뚜렷하다. 우리나라에서 집과 땅은 결코 '돈 놓고 돈 먹기'식의 투자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무한정 널린 땅에 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세계를 재패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땅이 비좁기 때문이다. 또 땅이 기본인 농경사회에서 탈피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정서는 과거에 묶여 있지만 경제의 시스템은 미국식 첨단 자본(집중)주의를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집값 잡기가 반(反) 자본 ㆍ기업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동시에 집값 놀음에 허탈해진 소비자들의 불만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결국, 정작 당사자인 소비자와 기업은 만족을 못하지만 3자인 정부만 만족(?)하는 시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한가지 뿐이다. 주택을 공공재로 규정하고 철저히 규제할 것인지, 아니면 소비재로 보고 자유롭게 자본차익을 허용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어정쩡한 모습으로 그래왔듯이 가격이 뛰면 규제하고, 그래서 경기가 위축되면 다시 규제를 풀어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주택의 사회적 효용과 경제 시스템에 대해 전체 경제 주체간 합의와 선택이 없이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의 왜곡, 경제의 비효율성을 결코 치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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