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제95화,제96화
?(숙종 5) 장희빈(속2편)
인현왕후의 청으로 다시 궁궐로 돌아온 장희빈에 대한 숙종의 총애는 매우 컸다.
숙종은 장희빈을 숙원(종4품)을 거쳐 소의(정2품)로 승급시켜 주었고, 장희빈은 이러한 숙종의 총애를 등에 업고 왕실의 큰 어른 자의대비의 환심을 사는 한편, 오빠 장희재와 그의 첩 숙정을 통해 밀려나 있는 남인과 연대를 구축했다.
이에 집권 서인은 긴장했고, 부교리 이징명과 김만중이 나서 장희빈을 견제하는 소를 올렸지만, 숙종은 오히려 이들을 유배형에 처했다.
그만큼 장희빈이 숙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와 같이 장희빈의 권세가 높아지자 현숙한 여인 인현왕후로서도 언제까지나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인현왕후는 숙종에게 은근히 장희빈을 경계하는 말을 하기도 했고, 숙종의 총애를 믿고 방자하게 구는 그녀를 불러다 종아리를 치기도 하였다.
장희빈은 이를 악물고 종아리를 맞으며 반드시 중전의 자리를 차지하고 말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그러던 중, 1688년 장희빈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왕자 윤(뒤의 경종)을 낳았다.
그녀의 나이 29세에 찾아온 거대한 행운이었다.
나이 스물여덟에 처음으로 아들을 얻은 숙종의 기쁨은 참으로 컸고, 특히 그 아들이 총애해 마지않는 장희빈이 낳은 것이니 그 기쁨은 말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숙종의 기쁨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장희빈의 모친이 옥교를 타고 대궐에 들어오자 사헌부 지평 이익수가, 당하관의 아내가 뚜껑이 있는 옥교를 타고 왔다는 이유로 그 종들을 잡아다 다스리게 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일을 알게 된 숙종은 전교에 따라 입궐한 왕자의 외조모에게 모욕을 주었다며 크게 분개해 사헌부 법리들을 잡아다 다스리게 했는데, 이들을 얼마나 세게 때렸던지 두명 모두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러나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숙종 15년 1월, 대신들을 모두 불러들인 숙종은 마뜩치 않아 하는 대신들의 뜻을 누르고 아직 뒤집기도 하지 못하는 장희빈 소생의 아들에게 원자의 명호를 내렸다.
그리고 장희빈을 희빈(정1품)으로 책봉하였다.
숙종과 인현왕후는 아직 젊었고(28세와 21세), 따라서 정비인 인현왕후가 대군을 낳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빨리 국본(國本)을 확정한 것은 숙종의 장희빈에 대한 총애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무리수이기도 했다.
이런 무리한 결정은 거대한 정치적 사건으로 번졌다.
아니 어쩌면 뒤집기의 달인 숙종이 또다른 뒤집기를 위해 거대한 정치적 사건을 만들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다음 제96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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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제96화
?(숙종 6) 장희빈(속3편)
원자 책봉이 강행되자 팔순의 나이에도 파이터 기질이 여전한 서인의 영수 송시열이 원자 책봉은 아직 이르다며 정면으로 반대하는 소를 올렸다.
그동안의 방식대로 이번에도 숙종의 대응은 성급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신속하고 단호했다.
숙종은 이미 명호가 정해졌는데도 이를 재론하는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일 것이라며 송시열을 삭탈관직하고 문외출송할 것을 명했다.
이어서 송시열의 토벌을 청하지 않았다하여 도승지 이하 네 승지와 대간들을 파직한 후 삼정승에 권대운, 목래선, 김덕원을 임명한 것을 시작으로 조정을 남인으로 완전히 물갈이를 해버렸다.
그리고 새로 임명된 대간들의 청을 받아 송시열을 제주에 안치한 후 대부분의 서인을 파직하고 유배보냈다.
이와 같이 기사년에 느닷없이 정치적 국면이 확 바뀌니 이것이 기사환국이다.
경신환국때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이 뒤집혀버렸다.
서인 집권 시절에 있었던 사건들을 재조사하여 관련자들을 잡아들이고, 전에 김석주와 공작정치를 일삼던 김익훈이 일흔의 나이에 형신을 받다가 죽었으며, 김환, 이희 등이 참형에 처해졌다.
이처럼 기사환국은 지난 번 경신환국과 닮아 있었지만, 경신환국이 숙종 묵인 아래 김석주가 각본과 연출을 한 것이라면, 기사환국은 숙종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각본과 연출을 직접 담당하였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하겠다.
돌아온 남인의 핵심 표적은 서인의 우두머리 송시열과 김수항이었다.
- 저들의 죄는 찰대로 차서 김안로나 정인홍을 넘어서옵니다.
먼저 송시열이 가장 아끼던 김수항이 특별한 죄명도 없이 사사되었다.
숙청의 분위기가 고조되던 즈음 숙종은 느닷없이 이런 말을 꺼냈다.
-중전이 "꿈에 선왕께서 말하기를, 장희빈은 본디 복이 없어 아들도 없고, 궁 안에 두게 되면 남인과 결합해 나라에 해가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원자가 탄생하지 않았느냐. 중전의 투기가 선왕까지 들먹일 정도로 극에 달했으니, 더 두고 볼 수가 없다.
아무리 장희빈 덕분에 환국되어 정권을 잡은 남인이지만, 결정적 하자도 없는 한 나라의 국모를 폐하자고 하는 일에 선뜻 동조를 할 수는 없었다.
(동조했다가 일이 잘 못 되어 멸문지화를 입은 연산군 시대의 일이 떠올랐을 것이다)
?다음 제97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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