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강(夕講)에 나아갔다.
《강목(綱目)》을 강(講)하다가,
사주(泗州)의 계단(戒壇)을 파(罷)하였다는 대목에 이르니, 시독관(侍讀官)
안침(安琛)이 아뢰기를,
“생일(生日)에 도승(度僧)이 자복(資福)하는 것은 지극히 무리(無理)하니, 이를 파(罷)하는 것이 매우 좋습니다. 전일에
주계 부정(朱溪副正)이 축수재(祝壽齋)의 그릇됨을 극간(極諫)하니, 성상께서 이를 좋게 여기셨으나 그 말을 시행하시지 아니하였습니다. 신은 속히 파(罷)하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당(唐)나라 헌종(憲宗)이 말하기를, ‘한 주(州)의 인력(人力)을 번거롭게 하여 능히 인주(人主)를 장생(長生)하게 한다면, 신자(臣子)도 또한 무엇을 아끼겠는가?’고 하니, 군신(君臣)이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대저 인주(人主)의 자복(資福)하는 일은 신하가 되어서 진실로 감히 간(諫)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목숨이 길고 짧은 것은 전세(前世)에 정(定)해진 바인데, 어찌 기도(祈禱)로써 능히 목숨을 연장할 수 있겠는가?”
“신이 젊었을 때 유생(儒生)의 무리들을 보니,
김구(金鉤)·
김말(金末)을 추앙하고 사모(思慕)하여 반드시 뵙기를 청하여 물어본 다음에야 마음에 의문이 풀렸으니, 청컨대 재덕(才德)이 아울러 뛰어난 자를 골라서 사표(師表)로 삼도록 하소서. 지금
권윤(權綸)이 대사성(大司成)이고
임수겸(林壽謙)·
홍경손(洪敬孫)이 겸사성(兼司成)인데, 모두 나이가 높고 실학(實學)이 있으나, 다만 유생(儒生)들에게 숭모(崇慕)당하는 것이
김구나
김말보다 못합니다.”
“
이파(李坡)가 일찍이 경연(經筵)에서 나더러 성균관(成均館)에 임어(臨御)하여 늙은 유학자(儒學者)들을 배알(拜謁)하라고 말하였는데, 내가 이를 시행하고자 한다. 그러나,
한(漢)나라의
명제(明帝)가 친히 하던 것 같은 법(法)을 진실로 다 베풀 수는 없다. 예조(禮曹)로 하여금 미리 고례(古禮)를 상고하도록 하라. 장차 내년 봄에는 이를 시행하겠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