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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도 봐가면서 할일

碧空 2006. 5. 17. 11:51
서해안 일대 토지시장 '폭탄 맞은 듯…'
이삼중 족쇄에 급매 나와도 거래 없어… 업계, 20% 하향세 점쳐
 
"서산 일대 토지시장은 폭파 직전입니다. 1~2년 전과 달리 지금은 급매물이 나와도 수요자가 없어 거래는 완전 중단됐습니다"

15일 오전 10시. 충남 서산 시내에서 만난 대한공인중개사협회 류근식 서산시 지회장은 "한때 350여개에 달하던 부동산 중개업소도 200여개로 줄었다. 실질 소득이 없어 완전히 죽을 맛"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근 생지공인 관계자는 "최근 10여개월간 단 한건의 계약서도 써보지 못했다"며 "공장이나 집 신축 등 특수한 목적의 토지거래 외에는 전무하다"고 전했다.

서산, 당진 등 서해안 일대에서 만난 현지 부동산업계의 목소리는 모두 한결 같았다. 한때 기획부동산들이 판을 치며 토지를 사들인 뒤 쪼개 팔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 호가성으로 상승했던 땅값 거품이 붕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일대 토지시장은 모두 멈춰선 듯 했다. 아니 그냥 손을 놓고 망연자실한 표정들이었다. 매도자들은 서서히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기는 자취를 감췄다. 참여정부 들어 불었던 투자 열풍의 부작용에서 이곳 역시 예외는 아닌 듯 했다.

서산시 부석면 B간척지구 일대 농지는 평당 14~15만원까지 급등했다가 현재 10만원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근 대산면 도로변 농지는 20만원이 넘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장기간 지속될 경우 하락세는 불가피하다게 중개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뒤늦게 '상투' 잡은 매수자들의 급매물 출시와 함께 급락 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업계는 "토지의 불확실성에 따른 묻지마 투자열풍이 이제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며 "결국 막차 탄 수요자들인 외지인은 물론 현지인들 마저 급등한 가격 때문에 거래조차 하지 못하는 등 양쪽 피해자만 양산했다"고 입을 모았다.

원인은 겹겹이 채워진 규제 때문이다. 올해부터 비사업용토지나 농지 및 임야의 외지 소유자의 경우 비투기지역에서도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돼 세 부담이 늘어난다. 종전까지는 비투기지역에서는 시가보다 훨씬 싼 양도세를 공시지가로 부과했었다.

또 내년부터는 부재지주의 양도세율이 9~36%에서 60%로 중과되고, 장기보유 특별공제(10~30%)도 받을 수 없게 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나 임야 등을 취득할 때 해당 토지 소재지에 1년 이상 거주토록 했다. 기존의 6개월 이상 거주요건이 대폭 강화됐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박인기 당진군 지회장은 "거품이 빠지는 등 심상치 않다"며 "거래가 없어 시세조차 파악이 불가능할 만큼 충격이 크다. 최고 20%정도 가격이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년 새 토지거래는 급감했다. 서산시의 경우 지난달 말 현재 토지거래 필지 수는 4112건, 810여만㎡(약 250만평)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필지 수는 54%(4817건), 면적은 무려 70%(1700만평) 급감했다.

하지만 서산시의 경우 올해 거래된 토지마저도 대토 구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계획으로 인해 경기도 주민들이 서산 A간척지 일대 80여만평을 대토로 구입했다”고 서산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나마 각종 산업단지 개발 등의 호재로 사정이 조금 낫다는 당진군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말 토지거래 필지 수는 3585건, 790만㎡(240만평)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9%(5169건), 58%(330만평) 줄어들었다.

이들 지역 모두 지난해 7월 2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데다 올해 농지 취득요건 강화 등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급매물이 나와봤자 외지인들은 거래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고, 그나마 현지 업계를 통해 인수하거나 친인척끼리 조용히 거래하는 분위기 때문에 가격 조정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것. 내년 부재지주의 양도세 부담에 따른 매물들만 간간히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현지 업계는 급락세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부동산(서산시 예천동) 박병옥 사장은 "10여년간 거래하면서 올해처럼 힘들긴 처음"이라며 "5년 전 평당 3~4만원을 넘는 농지나 임야는 없었지만 지금은 20만원이 넘는 토지들이 많다. 하지만 거래는 없어 최고 20~30% 빠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박 사장은 "매매계약을 써 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땅을 담보로 대출받아 겨우 살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또 "이대로 가다가는 지역경제가 마비될 정도로 최악"이라고 덧붙였다.

현지 중개업계는 "땅 부자들마저 심심찮게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세는 완전히 식었다"며 "8.31대책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당분간 토지시장의 침체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 내 거주자들인 유효수요자들의 경우 매매가 쉽지 않고, 부동산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당진과 홍성 일대를 빠져 나오면서 만난 한 중개업자는 "세 부담을 대폭 늘리더라도 거래 물꼬는 트여줘야 하는게 아니냐"며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