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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온 1200 시험

碧空 2006. 6. 9. 11:39
[내일의전략]너무 빨리 온 1200시험
    
"주식시장의 급락이 1200에서 멈출 것인지를 분량에 구애받지 않고 전망하시오"

투자자들은 지금 어려운 중간고사가 끝나자 마자 기말고사를 치는 수험생 심정이다. 주체할 수 없는 손실을 입고 뒤늦게 '손절매'를 고민중인 투자자는 1학기도 마치기 전에 수능시험지를 받아든 3학년 수험생의 기분일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8일 43.71포인트 하락한 1223.13으로 마감했다. 금통위와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라는 핵심 두 변수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연출되며 '투매'를 재촉했다. 1300에서 4개월 넘게 지지받은 코스피시장은 1270~1280, 1250에서 순차적으로 지지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날 1300과 1270선이 동시에 깨지더니 다음날 바로 1250이 무너졌다.

지지선은 이제 1200으로 낮아졌다. 불과 이틀만에 1300에서 1200으로 100포인트가 낮아진 것이다.

급락의 이유는 이제 하나로 정리됐다. 한국은행이 부동산 과열을 사전에 막기위한 조치로 콜금리인상이라는 예상밖 카드를 들고 나오자 미국증시의 급락과 글로벌 증시 급락을 부추긴 금리인상이 반론 없는 조정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앞서 경기위축보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게 더 급한 과제라는 FRB의장의 말은 주식투자자들에게 금리인상의 부정적인 효과를 피부로 와닿게했다. 이날 장중 발표된 소비자기대지수에 이르기까지 하반기 국내외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각종 경제지표는 '왜 갑자기 금리인상을 핑계로 주식을 파는 가'라는 물음은 이제 '안전한 자산으로 움직이는 게 당연하다'는 답으로 대체됐다. 중앙은행이 긴축을 강화하는 마당에 위험을 감수해가며 주식시장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코스피시장의 경우 아직은 환매 움직임이 강하지 않은 주식형펀드 자금동향, 사상최대치로 불어난 매도차익거래잔고 등을 고려할 때 내부 수급은 나쁘지 않다. 국민연금의 경우 기회를 봐서 주식 투자에 나설 태세다. 그러나 외국인의 매도 재현이라는 외부 유동성 악화에 직면했다.

가장 큰 문제는 조정이 우리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코스피지수 하락률은 3.45%. 일본 닛케이 3.07%, 대만 가권지수 4.25%, 홍콩H지수 4.81%, 인도 4.39% 등 주요 아시아증시의 평균치로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한국전력 포스코 SK텔레콤 국민은행 KT 등이 모두 3% 넘게 빠졌다. 일본증시의 연이은 급락은 최근 조정이 비단 이머징마켓만의 문제도 아닌 전세계적인 공통 현상이라는 신뢰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200일 이동평균선을 이탈했다. 해외지수는 다우지수가 200일선에서 간신히 지지받고 있지만 나스닥은 5월 중순 이선을 이탈했다. 닛케이지수는 어제, 대만은 오늘 200일선을 이탈했다. 뚜렷한 동조화다. 시차는 다소 있지만 세계증시가 장기추세선을 이탈하는 심각한 조정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1460에서 1223이면 240포인트, 16.2%의 하락률이다. 한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가격 메리트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은 언제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동조화되고 있는 해외증시의 조정 압력까지 이길 만한 반등모멘텀이 없다는 점이다. 중기추세가 훼손됐다는 인식도 강해 반등하면 주식을 팔고보려는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1200 아래의 지수대는 불과 5월초만해도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먼 수치였다. 그러나 이제 현실이 됐다. 이번 시험은 언제 어떤 식으로 나타날 지 알 수 없는 주식형펀드의 환매와도 싸워야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때문에 1200 지지 시험은 어느 때보다 어렵고 고통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답은 아무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야 확인될 뿐이다.

코스닥시장의 안정세는 그나마 다행이다. 코스피와 아시아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전날 2배 조정받은 코스닥은 약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낙폭이 과대하고 펀더멘털이 튼실한 종목들은 제법 크게 반등했다. 상승, 하락종목도 4.6대 4.0으로 대등했다. 코스피는 2.1대 5.6이었다.

코스피 역시 주가가 연일 급락함에 따라 절대적인 저평가라는 분석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격언처럼 시장의 하락세를 보면 무서움과 허탈한 생각이 든다"며 "하지만 급락 후의 반등을 고려해 낙폭과대주 위주의 저가매수 전략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