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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이야기

碧空 2006. 5. 11. 09:54
[명품 만드는 중기] "명품 핸드백, 사실은 우리 거예요"
ODM방식으로 30여개 브랜드 납품
220명 직원 모두 20년 이상 베테랑
월 85만개 생산…작년 매출 2240억

▲ 경기도 의왕 핸드백 제조업체 ‘시몬느’ 공장에서 직원들이 핸드백 샘플을 만들고 있다. 이 회사는 셀린느·코치·마이클코어스 등 30여개 명품 브랜드에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조인원기자 join1@chosun.com
 
경기도 의왕 고천동의 핸드백 제조 업체 ‘시몬느’ 사옥. 주변 공장들 사이로 회백색 건물과 그 건물 앞에 심어진 소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4층 높이 유리 천장 너머 하늘이 올려다 보였다. 이 건물은 한국건축문화대상(2003년)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명품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셀린느·코치·겐조·지방시·마이클코어스·마크제이콥스·로에베…. 이들 명품 핸드백이 바로 이 회사의 손길을 거쳐 나오기 때문이다.

1층 제품 개발실. 50여명의 개발인력들이 샘플 제작 중이다. 공정은 도면에 따라 가죽 원단을 재단하고 재봉한 다음, 부자재를 조립하는 순. 시몬느는 단순히 주문대로 물건을 생산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이 아니라, 직접 디자인을 해 제품을 만드는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생산을 한다.


납품하는 명품 브랜드만 30여개. 개발부 진상용 차장은 “각각의 브랜드마다 실의 재질과 색상은 물론, 바늘땀 간격이 다 다르다”며 “명품 브랜드일수록 바늘땀의 간격이 일정한지, 실밥이 풀리지 않았는지, 까다롭게 살펴보기 때문에 20~30년 경력의 베테랑들이 매달린다”고 말했다.

외국 바이어가 오전에 와서 기본 콘셉트만 제시하면 샘플을 만들어 오후에 건네줄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신속함은 좋은 품질과 함께 시몬느가 세계적 명품 제조 회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 이 회사는 지난해 2억4000만달러(약22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민수 전략기획실장은 “세계적 업체가 핸드백 사업에 진출할 때 시몬느를 찾아와 상담을 한다”고 말했다. 시몬느는 1987년 출발했다. 올해로 20세 청년의 나이다. 박은관(52) 회장은 “하필 봉제업 막차를 타려 하느냐”는 주위의 만류를 무릅쓰고 회사를 세웠다. 가방 제조업체에서 해외 영업을 7년간 하면서 명품의 힘을 본 박 회장은 품질만 뒷받침되면 명품의 외주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 회장은 회사를 세운 첫해 미 뉴욕에 있는 유명 브랜드 ‘도나 카란’을 찾아가 납품을 제안했다. 어렵사리 2만달러(1860만원)어치의 주문을 따내 이탈리아에서 만드는 것보다 40% 싼 비용으로, 이탈리아에 뒤지지 않는 품질의 핸드백을 공급했다. 이 핸드백은 뉴욕 고급 백화점에서 날개돋친 듯 팔렸고, 도나 카란은 이듬해 물량의 60%를 시몬느에 맡겼다.

이후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명품 업체들이 먼저 시몬느를 찾아온 것. 2001년에는 LVMH(루이비통모에에네시)그룹과도 거래를 시작했다.

생산량이 늘자 1992년 중국 광저우에 공장을 세웠고, 현재는 중국·인도네시아 등 공장 4곳에서 핸드백을 만든다. 오명재 전무는 “중국내 수천개의 핸드백 공장이 있지만 고급 핸드백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손에 꼽힌다”고 말했다.

경쟁력은 역시 220명 직원의 뛰어난 손기술. 평균 경력이 20년 넘는 베테랑들이다. 오 전무는 “검증된 품질력을 바탕으로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게 시몬느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키워드 ODM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또는 Original Design Manufacturing)=제조자개발생산 방식. 설계·개발 능력을 갖춘 제조업체가 유통망을 확보한 판매 업체에 상품이나 재화를 공급하는 생산 방식을 말한다. 단순 하도급 형태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과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