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 24권, 7년(1461 신사 / 명 천순(天順) 5년) 5월 27일(병인) 1번째기사 좌의정 신숙주와 더불어 북방의 일을 의논하다
임금이 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가 상참(常參)을 받고 정사를 보았다. 2품(品) 이상을 불러 입시(入侍)하게 하여 술자리를 베풀었다. 임금이 좌의정(左議政) 신숙주(申叔舟)와 더불어 북방(北方)의 일을 의논하는데, 어제(御製)로 된 유서(諭書)를 보이고 ‘오랑캐를 다 평정하고 올라오라[畢定戎醜上來]’는 밑에다 더 쓰기를, ‘제성 올적합(諸姓兀狄哈)을 형편에 따라 불러 타일러서 그들로 하여금 적을 공격(攻擊)하여 공(功)을 세우게 함이 가하고, 적 가운데에 만약 성심(誠心)으로 귀순(歸順)하는 자가 있으면 이를 허락하여 받아들여서 그 세력(勢力)을 흩어지게 하고, 또 그로 인하여 적정(賊情)을 탐색(探索)하는 것이 가하다.’ 하고, 이조 참판(吏曹參判) 성임(成任)에게 명하여 이를 고쳐 쓰게 하였다. 또 종이 끝에 임금이 친히 쓰기를, ‘빈 틈을 타서 공격하는 것이 최상(最上)이고, 빈 틈을 주어서 공격 당하는 것이 최하(最下)이다. 병사(兵事)는 멀리서 헤아리기가 어려우니 이것저것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매우 옳을 것이다.’ 하였다. 신숙주에게 명하여 술을 올리게 하고 말하기를,
“내가 스승을 높이는 술을 마실 것이다.”
하고, 선전관(宣傳官) 김치리(金致利)를 불러서 《논어(論語)》를 강(講)하게 하고, 겸하여 김구 이하 여러 재추(宰樞)에게도 강(講)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