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현전 부제학(集賢殿副提學)
김구(金鉤)가 상서(上書)하기를,
“신 등이 근래 불당(佛堂)을 혁파하도록 청하는 일을 가지고 여러 번 천총(天聰)을 번독하게 하였으나 아직 윤허(允許)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되풀이하여 생각하니, 관계된 바가 지극히 중하므로 능히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불당을 창립(創立)할 초기에 술사(術士) 가운데 사위[拘忌]하는 일로써 정지하기를 청하는 자가 하나가 아니었는데, 말이 모두 절박하였으며, 을 당하게 되자 더욱 논란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술가(術家)의 화복(禍福)의 설(說)은 진실로 믿을 수는 없으나, 그러나 국가에서 무릇 의 거둥에 관계되거나 토목의 역사를 일으키는 일이 있으면 술가(術家)의 말을 써서 길(吉)한 것을 고르고 흉(凶)한 것을 피합니다. 다만 금일과 같이 춘향 대제(春享大祭)를 10일로 이미 정하고 향(香)과 축문(祝文)을 이미 내렸다가, 술가의 말을 사위[拘]하여 다시 다른 날을 받았으니, 제삿날을 받는 것은 길흉(吉凶)과 크게 관계되는 바가 아닌데도 이와 같이 삼가고 중하게 여기면서 어찌 오로지 이 일에 대하여는 믿지 않으십니까? 만약에 ‘선왕(先王)께서 지은 절을 허물어버리는 것은 박정(薄情)한 데 빠지는 것이라.’ 하신다면 종묘·사직의 대계(大計)를 위하는 일은 후하게 하지 않게 되나, 불당(佛堂)을 헐어버리지 않는 일은 도리어 후하게 됩니다. 전하께서 만약 차마 갑자기 철거(撤去)하지 못하시겠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 세우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신 등의 계책을 내기가 하나 감히 이러한 의논을 드리니, 엎드려 전하께서 다시 재고(再考)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태백산사고본】 4책 10권 6장 A면
【영인본】 6책 659면
【분류】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정론-정론(政論)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