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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부동산을 아십니가?

碧空 2006. 6. 13. 11:06
기획부동산을 아십니까
   
"사모님, 좋은 땅 소개해 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이런 전화는 텔레마케팅을 하는 속칭 `기획부동산' 업체가 토지 매수를 권유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전화를 몇번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기획부동산은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발표한 개발계획 대상 인근 지역의 토지를 싼값에 취득한 후 최소 3배, 많게는 10배 이상의 가격으로 토지를 분할해서 되파는 부동산업체다.

기획부동산에서 투자자에게 설명하는 개발계획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장기적인 과제로 추진하려는 것이지 개발계획이 구체화 단계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개발주체. 자금 조달 방안 등이 현실적으로 수립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므로 개발에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지자체의 도시계획도를 변조해 앞으로 상업지역으로 개발될 것이라는 사기행각을 벌인 업체도 많았다. 도시계획도 변조행위를 기획부동산업계는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에는 6공화국 북방정책의 영향으로 경기 북부지역, 199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국제 자유화 도시 바람이 분 제주도, 카지노 유치가 된 태백·정선과 문경 등 폐광지역, 2000년 이후 국민의 정부에서 개발계획이 발표된 서해안 일대, 여수.목포 등 남해안, 현 정부 출범 후 행정수도의 충청권과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대상 지역, 경기도 일대가 기획부동산의 주된 `영업' 지역이었고 현재도 그렇다.

이들 지역 토지가 투자가치가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으나 기획부동산에서 취득하는 것은 평당 몇만원에서 최대 10만원 내외의 임야·논·밭 등이므로 조만간 개발될 수 있는 토지가 아니다. 이런 토지를 몇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의 가격으로 매도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돈을 벌 수 없다.

이러한 기획부동산의 행태 때문에 해당 지역의 토지가격은 엄청나게 치솟았다. 기획부동산이 투자자에게 토지를 파는 가격은 10∼20년 후의 토지가격과 같다. 이런 투자를 해봐야 백전백패일 것은 명백하다.

1990년대 말 이후 검찰과 세무당국의 단속이 점차 강화되자 기획부동산을 경영하는 오너들은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직원들조차 오너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실정이다.

기획부동산의 영업수법은 갈수록 지능화되어 실제로 언론이나 지자체에서 발표된 개발계획(물론 장기개발계획이다)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고 현장답사도 간다. 나중에 투자자의 항의가 있으면 개발이 안되는 책임에 대하여는 언론·지자체에 떠넘기거나 `투자자의 판단문제'로 둘러대기 때문에 예컨대 3만원에 취득한 토지를 12만원에 팔았다고 하더라도 법리상 사기죄의 죄책을 묻기도 쉽지 않고, 대부분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된다.

왜 투자자들은 기획부동산의 매수권유에 넘어갈까. 투자자 대부분은 가정주부나 부동산 투자경험 및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기획부동산에서는 대낮에 가정집이나 주부들을 상대로 전화를 한다.

8·31 부동산대책의 후속 조치로 다음달부터 비도시지역에서 토지를 분할할 때 개발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분할 허가제가 시행될 예정인데, 이 제도가 시행되면 기획부동산에 의한 토지가격 급등에 제동이 걸리고 선의의 피해자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기획부동산에 의한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토지에 투자하라는 전화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투자를 하더라도 주위 전문가 등과 상의를 해서 투자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