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슨 비밀번호가 "범행" 부추겨

무심코 쓴 비밀번호가 '범행' 부추겨

(대전=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경찰에 붙잡힌 상습절도범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으로 훔친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내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나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28일 대전 지역 주택가를 돌며 63차례에 걸쳐 1억3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고 8차례에 걸쳐 부녀자를 성폭행한 혐의(특수절도 등)로 박모(35)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0년 7월부터 최근까지 새벽에 창문이 잠겨 있지 않거나 사람이 없는 방에 방범창을 뜯고 침입, 남자 바지나 여자 핸드백에 있던 현금과수첩, 신분증, 보험카드 등 개인정보가 담긴 금품만 골라 훔쳤다. 이후 박씨는 훔친 물건에 있는 피해자 및 가족의 주민번호, 전화번호 등을 신용카드사 ARS(자동응답시스템)에 입력, 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현금을 인출해 사용해 왔다. 실제로 경찰이 압수한 박씨의 범행 수첩에는 50여명의 전화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과 범행 수법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박씨에게 당한 피해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0여명이 이처럼 자신의 전화번호나주민번호를 그대로 입력하거나 역순으로 사용,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노출시켰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통장이나 신용카드에 비밀번호를 직접 기재하기까지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씨가 훔친 신용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분에서1시간 정도에 불과하고 피해자들이 잠든 시간에 범행이 이뤄져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카드회사에서 주민번호 등을 비밀번호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권하고 있으나 피해자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범행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며 "각자 신용카드 비밀번호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