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尋牛圖 해설

碧空 2021. 1. 15. 15:27

신축년은 소의 해다.

僧寶사찰인 순천 송광사에는 다른 곳에 없는 <승보전>이 있는데, 이 외벽에 소와 관련된 탱화가 그려져 있다.

< 잃어버린 소를 찾는 그림>이라는 뜻에서  尋牛圖(찾을尋, 소牛)라고도 하고,

< 소와 관련된 10폭의 그림>이라는 의미로 十牛圖(열十, 소牛)라고도 한다.

불가에서의 수행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심오하고 철학적의미가 담긴 그림이다.

심우도의 <소>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나 가치를 상징한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나 가치는 무엇일까?

부모? 자식? 배우자? 돈? 명예? 신앙? 권력? 사랑? 이념? 출세?...

이 모든 것들도 소중하긴 하지만
<나>보다 소중할 수는 없다.
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나>이고,
내가 가장 모르는 사람도 <나>이다.

​눈에 보이는 <나>만 <나>가 아니고 보이지 않는 내 안의 <나>도 있다.

​<나>는 셋이다.
1) 외형적 자아
2) 사회적 자아
3) 본질적 자아
​외형적, 사회적 자아는 내가 잘 알지만,
내 안의 나(本性)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른다.

심우도에 등장하는 <소>가 바로 내 안에 존재하는 또다른 <나>인 나의 본성(本性)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나의 자아(自我),
즉 나의 본성(本性)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풀어 보았다.

 

제1도 -- 심우(尋牛, 밧줄만 있고 소가 없어 소를 찾아 나서다)
복잡하고 바쁜 사회를
살다 보니 나를 잃어버렸다.
누군가의 아들, 아버지, 남편, 형, 동생, 오빠, 처남, 매부, 고모부, 이모부, 조카, 삼촌, 선배, 후배, 친구, 동창회 회장 등으로 살고 있다 보니 진정한
<나>를 잊고 살았다.
이제라도 나의 본성, 본질, 정체를 찾아 나서자.

​제2도 -- 견적(見跡,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다)
어떻게 하면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여행? 집필? 신앙생활 등을 해 볼까?
흐릿하지만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 이대로 가다 보면 잃어버린 나를 만날지도...'

제3도 -- 견우(見牛, 잃어버린 소를 만나다)
잃어버린 소를 찾는 그림의 뜻처럼 '네가 바로 나로구나!'
드디어 찾던 <나>를 만났다.
그런데 왠지 내가 무척 낯설다.
나인 듯한데 나와 너무 다르다.

제4도 -- 득우(得牛, 소를 붙잡다)
'이젠 너(또다른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리라.'
네가 바로 지금까지 몰랐던 나의 본성이구나.
그런데 그리도 욕심 많고 거칠고 어리석으냐?
그렇지만 어쩌랴?
네가 곧 나인데 함께할 수밖에...
다시는 도망치지 못하게 하리라!

​제5도 -- 목우(牧牛, 소를 길들이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고, 나와 또다른 내가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자.'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윤리와 도덕을 배우고,
스스로를 깨우치니,
탐욕도 사라지고
거친 마음도 가라앉고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지는구나!

이젠 우리 사이의 갈등도 점차 사라지고 고삐를 잡지 않아도
달아나지 않고 우리는 서서히 하나가 되어 가는구나!

제6도 -- 기우귀가(騎牛歸家,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
'탐욕도 벗고, 성냄도 벗고, 마침내 너와 나는 하나가 되었구나!'

내 뜻이 네 뜻이고
네 뜻이 곧 내 뜻이니 모든 갈등과 번뇌가 사라져 이제 모든 게 자유롭고 평화롭구나.

제 7도 -- 망우존인(忘牛存人,  소는 잊고 사람만 있다)
'마침내 나의 본성을 찾았다.'
애당초 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소는 나와 갈등을 일으켜 생겨난 또다른 나였다.
이제 나의 본성을 찾아
하나가 되었으니 소는 공(空)으로 돌아갔다.

제 8도 -- 인우구망(人牛俱忘,  소도 사람도 모두 잊다)
'색즉시공(色則是空),
모든 게 공(空)으로 돌아갔다.
욕심도 성냄도 어리석음도 모두 사라지고,
나를 괴롭게 하던 갈등도 번뇌도 모두 공(空)으로 돌아가
무념무상(無念無想)
무소유(無所有)가 되니
결국 무아(無我)의 경지,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되어 나조차 공(空)으로 돌아간다.

​제 9도 -- 반본환원(返本還源,  근원으로 돌아가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나는 자연에서 왔으니
나의 마음(본성)도
자연에서 비롯되었다.
소와 내가 보이지 않아도 나는 거기에 있다.
내가 곳 물이요,
바위요, 꽃이니까...

​제10도 -- 입전수수(入鄽垂手,  저자에 들어가 손을 드리우다)
베풀며 살자.
안락하고 평화로운 삶을 나 혼자 누리지 말고, 세상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베풀며 살자.

불가에서의 수행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매우 심오하고 철학적 의미가 담겨있다.

2021년은 辛丑년이다.
辛(신)은 흰색이고 , 丑(축)은 소이니 , 금년은 흰 소의 해이다.

잃어버린 소를 찾아서 잘 길들여,  갈등과 번뇌가 없는,  마음이 평화로운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심우도(尋牛圖)를 이야기해 보았다.

ㅡ 高興 서기영 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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