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듣건대 옛날의 제왕(帝王)들은 모두 학교(學校)를 으뜸으로 쳐서 그 스승이 그 책임을 온전히 하는 것을 중(重)하게 여기지 아니함이 없었기 때문에 치도(治道)가 융성(隆盛)하여졌다고 합니다. 공손히 생각하건대 주상 전하(主上殿下)께서 즉위(卽位)하시던 처음에 학교(學校)를 가장 중하게 여겨서,
김구(金鉤)·
김말(金末)·
김신민(金新民)을 겸사성(兼司成)으로 삼고, 예(禮)를 높여 책임을 맡겨서 오로지 〈유생(儒生)들을〉 가르쳐 기르게 하였습니다. 오로지 이 세 신하들도 또한 우러러 성상의 뜻을 몸받아 부지런히 가르쳤는데, 지난번에
김말·
김신민이 함께 학관(學官)의 자리에서 해임(解任)되었습니다. 신 등은 그들이 그 직임에 복직(復職)되기를 원하여 우러러 성청(聖聽)을 번독(煩瀆)하였으나 윤허(允許)를 받지 못하였는데, 지금 또
김구의 겸사성(兼司成) 자리를 해임하니, 신 등은 그윽이 민망합니다. 그들이 늙어서 그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였다는 말입니까? 그들이 긴급(緊急)한 직임이 아니어서 예대로 도태(陶汰)하였다는 말입니까? 만약 늙었기 때문이라면 가르치는 데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고 뜻과 기력이 아직 쇠(衰)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긴급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라면 직임(職任)으로서 무엇이 사람을 만드는 자리보다 크다는 것입니까? 신 등이 망령되게 생각하건대, 전하께서 이 세 신하들을 갈아치운 까닭은 어찌 겸사성(兼司成) 하나로써 족히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고 생각하여서 그러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학도(學徒)의 성(盛)한 것이 수백 명에 이르러 공부하는 바가 각각 다르니, 비록 날이 다하도록 강설(講說)하더라도 오히려 미진(未盡)합니다. 이것이 신 등이 구구하게 말씀드리는 까닭입니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