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가서 상참(常參)을 받고 정사를 보았는데, 내종친(內宗親) 및 영의정(領議政)
강맹경(姜孟卿)·좌의정(左議政)
신숙주(申叔舟)·우의정(右議政)
권남(權擥), 우의정으로 잉령 치사(仍令致仕)한
이인손(李仁孫), 중추원 부사(中樞院副使)
김구(金鉤)·호조 판서
조석문(曹錫文), 위장(衛將)·도진무(都鎭撫)·승지(承旨) 등이 입시(入侍)하였다. 위장(衛將)
김개(金漑)·
심안의(沈安義)·
김처의(金處義)·
구문신(具文信)을 불러서 어서(御書)를 보이기를,
“오랑캐의 기병(騎兵) 3천 명이 날랜 말과 우수한 군졸로 갑작스럽게 충돌해 와서 우리의 1위(衛)를 침범하는데, 대장(大將)이 미처 을 사용하지 못하면 위장(衛將)이 움직이지 못하고, 위장(衛將)이 미처 형명(形名)을 사용하지 못하면 부장(部將)이 움직이지 못하고, 부장(部將)이 미처 형명(形名)을 사용하지 못하면 통장(統將)이 움직이지 못하고, 통장(統將)이 미처 형명(形名)을 사용하지 못하면 여대(旅隊)의 오졸(伍卒)들도 모두 움직이지 못할 것이니, 만약 차례대로 형명(形名)을 사용하기를 기다린다면 죽거나 사로잡혀 거의 다 없어지고 진세(陣勢)는 이미 어지럽게 되어서, 우리 군사가 비록 3만 명이 되더라도 패전을 당하는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리어 오랑캐가 기병(騎兵)이 채찍을 휘두르고 퉁소를 불면서 북을 치면 전진(前進)하고 징[金]을 치면 퇴각하는 것보다도 못하고 말 것이니, 이를 대비(待備)할 술책이 있겠는가?”
하고, 이어서 전교하기를,
“평상시에 진법(陣法)을 연습할 때에는 명칭을 장수(將師)라고 하는 사람이 싸움에 임(臨)하여 적병(敵兵)을 막을 때에 당해서 조치(授置)할 바를 모른다면 장수라고 부를 수가 없다. 여러 장수들로 하여금 각기 적병(敵兵)을 대비(待備)하는 술책을 진술하도록 하고, 또 입직(入直)한 선전관(宣傳官)·부장(部將)·진무(鎭撫)로 하여금 각기 적병(敵兵)을 막는 조목을 만들도록 하라.”
하였다. 또 임금이
김구(金鉤)와 승지(承旨)
이극감(李克堪)에게 전교(傳敎)하기를,
“의 학문은 자기 한 몸에 사용한다면 족하겠지마는 국가에 사용한다면 이 중요하다. 지금 유사(儒士) 중에 경학(經學)에 정통(精通)한 사람이 절무(絶無)하고 문장(文章)에 유의(留意)하는 사람도 또한 드물다. 대체로 학문을 게을리 하는 것이 더욱 심하다. 또 그 성공(成功)한 사람도 이름이 에 등록(登錄)되면 조그마한 성취에 만족하고 있으니, 누가 즐겨 학문을 하는 일에 힘쓰겠는가? 과거(科擧)를 자주 시행하여 학자(學者)를 격려하려고 하지만, 그러나 과거(科擧)도 또한 자주 시행할 수가 없다. 는 오랫동안 사표(師表)가 되었으므로 반드시 학교를 일으켜 인재(人材)를 육성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니, 그것을 이극감(李克堪)과 더불어 함께 의논하여 말하라.”
하니,
김구(金鉤)가 부복(俯伏)하고 능히 대답하지 못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장차 의정부(議政府)로 하여금 이를 의논하도록 하겠다.”
하였다. 임금이 또 말하기를,
“윗사람은 유사(儒士)를 권장 격려하여 문풍(文風)을 진기(振起)시키려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랫사람들은 모두 말하기를, ‘나는 재주가 없지 않은데, 다만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막혀서 서로가 알지 못할 뿐이다.’라고 한다. 이 말이 옳기는 하지만, 그러나 나는 이미 아무[某]가 현인(賢人)인 줄을 알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권려(勸勵)하는 방법을 다하지 않겠는가? 이극감(李克堪)은 즉시 내 뜻을 기술(記述)하여 오도록 하라.”
하였다.
【태백산사고본】 7책 18권 18장 A면
【영인본】 7책 358면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군사-군정(軍政) / *군사-병법(兵法) / *인사-선발(選拔) / *외교-야(野) / *사상-유학(儒學)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