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사원(詹事院) 첨사(詹事) 김구(金鉤) 등이 상소하기를,
“가만히 보건대, 인군이 공경(公卿)을 두어 서정(庶政)을 함께 하고, 대간(臺諫)을 두어 득실(得失)을 듣고, 경연(經筵)을 두어 맞아들이고 묻는 것을 넓히는 것 이 세가지는 나라로 더불어 함께 있어서 하루도 없을 수 없으니, 순히 하면 편안하고 거슬리면 위태한 것은 고금의 큰 경계입니다. 이번 불당을 짓는 데에 있어서 정부·육조·대간·집현전이 두세 번 진달하여 청하고 태학(太學)의 여러 생도들까지 소장을 들고 부르짖어 호소하나 유윤(兪允)을 얻지 못하여 온 나라 신민이 실망함을 이기지 못합니다. 바야흐로 진청(陳請)할 때에 전하가 온화한 말로 빌리어 위에서 위무하고 받들어 행하는 아전은 여러 방법으로 감독하고 독촉하여 이루는 것을 빨리 하니 진청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 불당은 거의 이루어질 것입니다. 예로부터 인군이 무릇 흥작(興作)이 있으면 좌우가 가하다 하고, 여러 대부가 가하다 하며, 나라 사람이 모두 가하다 한 연후에 오히려 마음에 살피어 가한 것을 본 연후에 하는 것인데, 하물며 모두 불가하다고 말하는 것이겠습니까. 지금 온 나라가 모두 불가하다 하고 여러 의논이 흉흉(洶洶)한데, 전하가 안에서 독단하여 굳게 고집하고 윤허하지 않으니 신 등은 사사로 의심되는 것이 있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특별히 유음(兪音)을 내리시고 그 역사를 속히 정지하여 여망(輿望)에 대답하소서.”
하였으나, 회답하지 아니하였다.
【태백산사고본】 38책 121권 24장 B면
【영인본】 5책 89면
【분류】 *사상-불교(佛敎) /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