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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여행·골프

홍남일선생 , 몽골 여행기 (2007)

碧空 2010. 5. 13. 12:51

 

몽골에 다녀 왔습니다.
정말이지 몇 년을 벼뤄 왔던 여정인지 모릅니다.
원래는 몽골 북서쪽 바이칼 밑에 위치한 훕스굴까지 열흘 남짓 계획하였지만
여건이 허락치 못해 3박 5일이란 짧은 여정으로 울란바토루와 주변 2시간 내에
있는 명소만 훓어 보는 것으로 족해야 했습니다.
짧은 여정이나마 몇장의 사진과 느낌을 끄적여 봅니다.

 

 

 출발과 도착
 
무지하게 더웠던 8월 18일 오후, 온통 땀으로 끈적거리던 피부가 4시간 남짓
거리의 울란바토루 공항에 노출되자 강한 에어컨 바람에 쏘인 듯 보송보송 
해지더니 급기야 닭살이 돋고 부랴부랴 긴소매를 
걸쳐 입고 도착 기념 사진 찰칵!
이곳의 요즘 기온은 해뜰때는 보통 25℃까지
오르고 해지면 10℃이하로 내려가 다소 쌀쌀 하답니다.
그리고 하늘, 시골에서나 봄 직한 무수한 별들이  
공항 불빛을 비웃으며 촘촘하게 가까히 박혀 마치 
빛이 비 인양 쏟아져 내립니다.
 
초원으로 가는 길
 
이국에서의 첫 밤이 아쉬워 새벽까지 보드카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여명에 부시시 깨어나는 아침의 희미함 들이 차츰 차츰 그 윤곽을 맑게 드러내자
비로소 내가 몽골에 왔음을 느끼게 됩니다.
현대 그레이스 승합차에 일행은 몸을 싣고 첫 몽골 나들이가 시작 됩니다.
1각을 채 못미쳐 자동차가 초원의 톨게이트를 통과하자마자 시선은 온통 녹색의
융단에 묻히고 지평선 너머까지 흰띠를 두른  비포장 도로가 달음질을 하고
있습니다. 일행은 누구랄 것도 없이 탄성을 연발하다가 어느 순간 모두 말을
잃었습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로움일까? 마치 시간이 화석화된 느낌 입니다.
 
 
게르와 방목 가축
 
아침 빛이 점점 진해지면서 초원은 연보라색 에델바이스로 화장을 하고 게르(혹은
파오)의 지붕 굴뚝에서는 밤새 가시지 않은 희미한 연기가 피어 오릅니다.
뭔가 꿈틀거림이 있어서 초원을 자세히 살펴보니 많은
구멍 앞에 정신없이 고개를 돌리면서 주변을 살피는
멍구스(?)가 앙증맞게 두발을 들고 서 있습니다.
그 위로는 독수리, 매가 큰 원을 그리며 돌고 있고
몇십마리의 소들이 대장소를 따라 구릉 위로 올라 갑니다.
초원이 심심하지 말라고 커다란 병풍처럼 높은 산들이
에둘러 서있는데 나무는 거의 없고 모자바위, 거북바위
등 사람이 준 이름만 가지고도 자태를 뽑냅니다.

 

 

 
골프장과 말 캐디 
우리의 행선지는 테렐지 국립공원 이었지만 골프를 희망하는 5명을 위해 도중에
골프장을 들렀습니다. “센베로” 클럽 하우스 입구에 도열해 있는 직원들의 웃음
인사가 환하게 우릴 맞이해 줍니다. 몽골 여인들 정말 예쁩니다. 몽골이란 사실만
빼면 어쩌면 그리도 우리네 여인과 똑 같은지….
이곳 골프장의 그린 환경은 한국을 생각하면 현격히 떨어지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초원과 구릉에서의 호쾌함은 그 어디에서도 맛 볼수가 없이 짜릿합니다.
물론 캐디의 상냥함도 좋은 이미지를 선사하지만 그것보다는 이곳 말고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말 캐디’가 홀 옆에 서 있다는 사실입니다.
홀에서 힘차게 샷을 하면 골프공이 떨어진 위치로 소년을 태운 말이 쏜살같이 달려갑니다.
그리고 소년은 골프공 바로 옆에 빨간 표창을 던져 금방 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것 이지요. 처음에는 너무나 신기해서 골프는 안치고 ‘말 캐디’의 재주에 넋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자주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친구가 샷을 했는데 골프공이 낙하한
곳으로 독수리가 내려와 앉더니 입에 물고 날아 올랐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날아가는 독수리만 쳐다보다가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골프공을 새알로 생각했는가 봅니다….
 
 테레지 국립공원

 

 

초원과 잇닿은 구릉에 띄엄띄엄 있는 하얀 게르(빨간색과 노란색 게르도 보았음) 그
주변에 말을 돌보는 유목민들이 우리의 지나감을 알아채곤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참으로 평화롭고 아늑한 정경이다’라고 느낄 때 불현듯 사람 사는게 정말 무엇일까
하는 나 답지 않은? 상념에 빠지게 되네요. 반 멍한 시선을 한참이나 창밖으로
고정시키고 있을 쯤 누군가가 계곡이다! 해서 보니 멀리 깎아질 듯한 절벽산에서
흘러 내리는 것인지 땅에서 샘 솟아 흐르는 물인지 모를 시원한 흐름이 수양버들을
쭉 양팔에 끼고 어디론가 향해가고 있었습니다.
그곳 가까이 다가서자 “환영합니다. 텔레지 공원입니다”라는 아치입구가
차량 앞을 잠시 막는데 안내원(몽골의 넉넉한 촌부 같았음)이 돈을 받자 즉시 길을
내어 줍니다. 우거진 버드나무 사이사이로 게르를 앉혀 놓아 야영하기 좋게 만들어져
있고 UB-2 호텔과 서양식 레스토랑과 부대시설이 새롭게 단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레프팅과 승마를 즐길 수 있는데 울란바토루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몽골 말타기

 

 

'몽골에 왔으면 말부터 타야지’ 연발 재촉을 입에 달고 일행 앞에 서서 말타는 곳에
  왔습니다.
 해에 그을린 소년들과 아주머니,아저씨가 말들을 끌고 우리 쪽으로 다가 옵니다.
우리 안내원과 한참을 가격 흥정 하고 있는데 말 한놈이 슬쩍 엉덩이를 들이대네요.
놀라기도 하고 웃음도 나서 뒷걸음질하며 놈(?)의 눈을 보니 정말 선하게 생겼더라구요.
난 놈을 찍었지요. 몽골 말은 서양 말과 달리 확실히 왜소하지만 소년의 도움으로
안장에 올라서는 순간 왜그리 높이 앉아 있는것 처럼 느끼게 되는지 오금이 저려오더
라구요.
춥!춥!(‘가자’라는 뜻 같은데) 하는데 가긴 커녕 고개 푹숙여 발밑에 풀만 뜯고
있어요. 애처러운 눈빛을 소년에게 보내자 그 소년은 씩 웃으며 알았다는 듯 고삐로
말 엉덩이를 힘차게 갈기네요. 순간 난 놈이 쌩!하고 나갈 줄 알아 고삐를 꽉 움켜
쥐었는데 웬걸요. 먹던 풀 아직 입가에 붙히고 고개 들고 터벅터벅 몇 걸음 떼더라구요.
기가막혀 있자 가이드가 와서 말과 필(Feel)이 통해야 한대요. 그러자면 쓰다듬고
얼마간 친해지는 실갱이를 해야 한다나… 암튼 우여곡절 끝에 츕!츕! 하자 약하게
나마 달려주더라요. 기특한 놈(!)
아! 이게 얼마나 꿈에 그리던 체험인지요. 이 광활한 몽골 초원에 비록 터벅터벅
거리긴 해도 놈의 마상에 있는 나는 전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다음날은 좀더 숙달
된 모습으로 달렸음) 코발트색 하늘에 눈 부시게 하얀 구름 조각들, 그 밑으로 초록색
의 카페트를 밟고 나가는 기분은 마치 로시난테 위의 또 다른 돈키호테라고나 할까…
두시간반 정도 놈과 데이트를 하자 마상에서 내려야할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발목 뻐근, 어깨결림, 손가락 저림… 무엇보다도 양 허벅지가 마찰로 인해 쓰려서
안되겠더라구요. 말타는것! 그것 아무나 할 수 있는 몽골의 환상체험 입니다.
 
말 젖술과 양 바베큐

 

 

 

 
몽골에서의 해는 참 늦게 집니다. 요즘 같은 여름에는 서머타임을 적용하여 우리시각과
같은데 본래 시각으로 돌려 놓으면 해는 보통 밤 10시30분에서 11시쯤에 떨어지는것
같아요. 몽골이 높은 지대에 있어서 그렇다더군요. 해서 초원에서의 낮즐김(?)이
그만큼 길어지는 것이지요. 하루종일 초원, 구릉 곳곳에서 풀 뜯으며 놀던 양,소,
염소,말들이 아침처럼 대장따라 집으로 가는 모습이 마치 병풍속의 그림 같습니다.
몽골의 족장 칸이 탔음직한 게르에서 말젖술과 양바베큐로 유목민 몽골식단을 시작합니다.
다른 일행이 많아(13명) 양 한마리를 바비큐 했는데 7만원 정도 든것 같아요.
양바베큐는 잡은 양의 뱃속에 달군 돌들을 넣어 익힌다고 합니다. 그리고 달군 돌에
묻혀 나온 양의 기름을 유목민들이 얼굴에 바르는데 자외선 차단과 피부 매끄러움에
그만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보입니다.

 

 

 
울란바토르 시내 전경
여정 중 하루를 잡아 시내 관광에 나섰습니다. 우리네 서울처럼 휘황찬란 하지도
않고 솟은 빌딩도 거의 없지만 그들의 표정은 밝고 참으로 순박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의 평균키가 우리보다 훨씬 크게 보였는데 사실인지
는 확인 할 수 없었고 전체인원 250만명 중에 울란바토루에 120만명 가량 산다고
하니 면적을 고려할때 유목민 빼고 거의 대부분이 울란바토루에 사는 것 같아요
거리의 자동차는 거의가 한국산 이었는데 특히 버스나 특장차들은 한국 글들을
지우지 않아 흑석동 X번 버스, 오리온쵸코파이, OO용달, 원할머니보쌈, ‘차량
△△제를 시행하라’는 구호까지 그대로 있어 술한잔 마시면 그냥 길에서 ‘따블!
따블!’ 하며 차를 잡을것 같았어요.
나이트 클럽과 젊음
시내 번화가에 서너개의 나이트클럽이 있다며 호텔 벨보이가 은근히 권유합니다.
날도 어둑어둑해져(밤 10시) 한번 가보자는 제안에 따라 나섰습니다.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좁고 사람들도 너무 많아 요즘 말로 수질(?)이 좀 떨어지는
곳에 들어 갔습니다.
휘황찬란한 조명의 번쩍 거림과 마치 우주정거장을 방불케 하는 인테리어로 한껏
멋을 내고 있었습니다.
휘둥그레 하는데 플로워 가까이로 (자리) 안내를 해 줍니다.
우리 일행을 알아챘는지 빠른 비트의 한국 노래가 나오더니 잠시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마저 환호성을 치며 플로워로 나와 흔들고 흔들고 흔들어 댑니다.
당연히 우리도 흔들고 흔들고 흔들어 댔지요.
말탄 뒤끝이라 온몸이 욱신 거리기도 했지만 사이키 조명 속에 어쩌다 마추진 한
젊음에게 은근한 추파도 던져보고 태생이 춤치(?)라 보드카의 힘을 빌리다 보니
약물 오용으로 대취하여 일행의 원성을 들으며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그렇지만 그곳에서의 광란의 경험은 나를 다시 대학시절로 돌려 놓았고 젊음은
세계 어디서나 활발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에구 십수년만 젊었어도….)
 
 
맺음
3박5일은 정말 짧은 여정이었지만 나름대로 느낀 바도 컸습니다.
그중 하나는 나의 일상적인 시야를 돌아보게 된 점 입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 중심의 일상만 영위하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때까지 우리의 시선은 당장 앞에 놓인 사물과 일과 사람에
고정되어 반복됩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하늘의 빛을 못보고 땅의 소리도 듣지 못합니다.
하물며 똑같은 시간에 저너머 하늘과 땅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을 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를 일이죠.
광할한 초원에 서서 하나의 보잘것 없는 인간이 느끼는 경외심과 경제적 잣대가
아닌 인간의 순수함을 공유하면서 이제부터 나의 시계는 가끔 한국이 아닌 지구의
시간으로 마추어 보렵니다. 그래서 결핍되기 쉬운 ‘인간애’에 대한 감정을 추스릴
것입니다.
몽골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코리아라 부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솔롱고스
즉 “무지개의 나라”라고 부르기를 더욱 좋아합니다.
그렇게 불리워지는 우리는 정말 솔롱고스의 나라 일까요? 

 

본 글은 2007년에 다녀온 몽골 여행 답사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