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세계적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하고, 중이온가속기 같은 대형 연구시설을 설치해 석학과 인재를 모이게 하고, 우리 과학도를 세계적 과학자로 만드는 기초과학 선진화 사업을 기반으로 한다. 그로부터 얻어진 과학적 지식과 원천기술을 창조적 비즈니스로 이어지게 하고, 인문학·문화예술·환경을 아울러 새로운 문화를 창달하면서 비즈니스로 연계시키자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다문화 글로벌 환경 속의 창조적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미래 지식기반 사회로 확장될 수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만의 독창적 과학강국-문화예술-비즈니스-도시설계 모델이다.
이 사업의 종합계획이 13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통해 확정됐다.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토론회와 공청회가 여러 차례 열렸다. 그때마다 쟁점이 된 부분은 ‘과학비즈니스’였다. 기술사업화도 어려워 벤처회사들이 실패하는데 과학사업화가 과연 되겠느냐는 것이다. ㈜테크노베이션은 ‘과학비즈니스’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①과학사업화(Science to Business) ②사업에 필요한 과학(Business to Science) ③과학활동 활성화 비즈니스(Business for Science) ④과학을 주제로 하는 비즈니스(Science as Business).
우리에게는 아직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선진국의 경우에는 ‘과학비즈니스’가 낯설지 않는 개념이다. 하버드대 게리 피사노 교수는 『과학비즈니스』라는 저서에서 과학이 곧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음을 제넨테크(Genentech)·머크(Merck) 등 여러 곳의 바이오기술(BT) 업체들을 사례로 설명한다. 노벨상 수상자들을 포함한 우수 인재들에 의해 과학 성과가 어떻게 곧바로 사업으로 변했는지(S2B), 그리고 사업을 위한 과학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B2S)를 설명한다.
IBM을 예로 들면 2004년도 한 해에 3000건 이상의 특허를 냈고, 지적재산권으로 인한 수입만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였다. IBM은 더 이상 컴퓨터 제작업체가 아니라 지식과 서비스를 파는 회사다. 전 세계 8곳의 글로벌 IBM연구소에서는 기초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 주제는 대학이나 국립연구소가 하는 수준의 기초과학이다. 첨단 기초연구를 할 때 거기에서 원천기술이 파생되고 그것이 부로 연결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이런 IBM의 사업 형태를 ‘과학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2007년 매출액 가운데 지적재산권 관련 총로열티는 100억 달러(약 13조원)가 넘는다. 우리나라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그동안 퀄컴사에 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기술 로열티가 5조원에 달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와이즈만 연구소는 그 비결이,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기 때문이 아니라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을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초과학을 할 때 혁신적 돌파구가 나온다는 얘기다.
물론 과학비즈니스 구현이 쉬운 것은 아니다. 과학과 비즈니스는 성격과 문화가 이질적임에도 불구하고 필요에 의해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최고의 과학비즈니스는 최고 수준의 과학비즈니스 인력에 의해 가능하므로 국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확보해 우리 실정에 맞는 모델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안착을 통해 기초과학 선진국 진입과 함께 과학비즈니스가 꽃피고, 그것이 미래의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로 열매 맺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