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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되지...

碧空 2007. 10. 8. 12:46
  • [김대중 칼럼] 그들만의 '잔치'
  • 김대중·고문
    입력 : 2007.10.07 20:13 / 수정 : 2007.10.08 01:25
    • 김대중 고문
    • 지난 9월 28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紙)의 한 칼럼은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탈북자들의 소감을 실었다. “우리는 7년 전 남쪽의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왔을 때 상황이 좋아지나보다 기대했었다. 그러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누구든 북한 주민을 먹여 살리는 사람을 지지한다”(44세 남자·청진 출신) “지난 10년간 북한은 많은 외국 원조를 받았다고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나만 식량 원조를 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식량의 혜택을 받았다는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다.”(40세 남자·혜산 출신)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 간다니 북한주민이 배곯이를 면하려나 기대해본다. 이왕 주려면 가난한 사람들이 직접 식량을 받는 것을 확인하는 사람도 같이 보내주면 좋겠다”(18세 소녀·개천 출신)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주 평양에 갔다 왔다. 회담과 만찬과 공연과 시찰이 줄줄이 이어졌지만 그것들이 북한 주민의 삶과 과연 무슨 관계가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의 비참한 삶과 너무 대조적이어서 거부감이 들 정도다. 그렇다고 그것이 남쪽 대한민국 국민의 삶과는 과연 관계가 있는 것인지도 우리는 아는 바가 없다. 사실상 임기를 두 달 남긴 인기 없는 남쪽의 레임덕 대통령이 ‘인민’들의 행복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북쪽의 독재자를 만나 자기들끼리 손잡고 끌어올리고 기세를 올렸다는 것밖에 별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노 대통령측은 ‘평화’와 연관이 있다고 강변하면서 ‘어음’에 박힌 ‘대못질’을 들이밀고 있지만 국민의 마음을 사지 못한 문서와 사인에 우리의 미래가 묶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방북단이 그 무엇을 성취했다고 떠들어대도 사람들 마음 속에 남는 것은 우리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북에 가서 김정일이 깔아놓은 각본과 연출에 따라 움직이고, 그러고도 김정일을 화나게 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그를 어떻게 도와주지 못해서, 그의 환심과 ‘통 큰’ 제스처를 사기 위해서 배려하고 노심초사한 흔적의 연속뿐이다. 기자들과 방북 수행자들은 외국 원조에 기대어 사는 처지에 10만명의 체제선전극을 강제하는 북한체제의 모습에서 답답함과 심란함을 느꼈다고 술회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런 정권의 비위를 맞추려고 ‘개혁·개방’도 언급하지 않고 북의 핵무기와 인권에 입도 벙긋하지 못하는 노 정권 사람들이 더 답답하고 불쌍하고 심란하게 느껴진다. 궁금한 것은 김정일이 노 대통령과 그 일행들을 돌려보내고 난 뒤 자기들끼리 무슨 평가를 내렸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 평가가 두려운 것은 우리 남쪽 사람들이 방북단으로 인해 통째로, 도매금으로 모멸당했을 경우 때문이다.

      우리가 보기에도 노 대통령과 방북단은 날카롭고, 심지 있고, 그러면서도 감히 무시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보여주지 못했다. 적어도 보도상으로는 그랬다. 오히려 ‘평양’에 주눅들었는지, 남북 정상회담의 ‘역사성’에 스스로 매료됐는지 몸도 마음도 얼어 있어 보였다. 안 보는 것처럼 하면서 보고, 박수 치지 않을 것처럼 하면서 박수 치고, 태연한 것처럼 하면서 자세가 굳어져 있었다. 그래도 정상회담인데 매번 그러면 안 되겠지만 어쩌다 노 대통령이 남쪽의 여느 행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깃장을 놓거나 역주행이라도 하는 것을 보고 싶은 심정이 들었을 정도다. 방북 기간의 연장 요청을 거부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노무현적(的) 언행마저도 없었다.

      무엇보다 우리를 화나게 하는 것은 ‘10·4 성명’의 교활성이다. ‘내정(內政) 불간섭’이라든가 ‘통일을 지향하는 법률·제도의 정비’ ‘공동어로’ 등의 문구들은 북한의 요청과 요구를 교묘하게 감춰놓은 것들이거나 우리 국민들의 우려를 의식해 위장해 놓은 것들이다. 겉으로 보면 애매모호 두루뭉수리 같으면서 사실상 무슨 뜻인지 다 알 수 있게 해놓고 다만 우리 국민이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을 피해간 ‘암호문’들이다. 실질적으로는 ‘인권이나 핵문제는 떠들지 말고 국가보안법 등이나 없애라’는 북쪽의 일방적 요구를 담은 것이다. 남과 북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남북 국민을 연결시켜주는 것이라야 한다. 모든 정상회담이 그래야 하겠지만 특히 현재의 상황에서 남북 정상 회담은 자기가 대표하는 국민들의 관심과 존경과 마음을 등에 업었을 때 값지고 빛나는 것이라는 것을 깊이 느낀 지난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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