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홍만을 보면 슬퍼지는 까닭
최홍만이 이종격투기로 각광을 받고 있는 K-1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며칠전에는 마치 킹콩을 연상시키는 괴물 선수 밥 샙을 통쾌하게 물리치고 올해 K-1의 최강자를 가리는 월드그랑프리 8강전에 진출했다.
밥 샙과의 경기를 생중계한 케이블방송 MBC-ESPN은 공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각 가정에서, 사무실에서 두 거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최홍만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경기를 지켜본 국민이라면 누구나 모처럼 후련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나라의 건전한 체육 발전에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있는 스포츠레저부장으로서, 경기를 지켜보는 동안 내내 '최홍만이 왜 저기서 뛰어야만하는가'에 대해 답답함이랄까, 비애랄까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 고유의 전통스포츠인 민속씨름 선수였다. 218cm에 160kg의 '테크노 골리앗'이 모래판에서 우승 뒤에 포효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그런 그가 씨름을 등지고 일본이 킥복싱을 응용해 만든 이종격투기 선수로 변신해 뛰고 있는 것이다.
왜 그렇게 됐는가. 한마디로 먹고 살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그가 뛸 수 있는 무대가 사라졌다. 씨름팀은 해체됐고, 오직 두 팀만이 명맥을 잇고 있으나 그나마 대회 자체가 열리지못하고 있으니 있으나마나한 팀이 됐다. 씨름판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명절때 차례를 지낸 뒤 가족과 모여 TV로 지켜보던 씨름경기도 올 추석에는 없었다.
최홍만이 속했던 LG증권팀도 해체됐다. 팀이 해체된 뒤 한순간에 거리로 나앉게 된 선수들이 씨름연맹 앞에서 무능한 회장 퇴진과 팀을 살려내라며 항의농성을 벌이기도 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그러던 중 씨름계 현실로서는 도저히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제2의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민속씨름은 현재 존폐의 기로에 처했다. 한때 국민적 스포츠로 팬몰이를 했으나 야구,축구,농구,골프 등 서양의 프로스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내리막길을 걸은 뒤 기업들이 잇달아 팀을 외면, 모패판의 해체를 가속화 시켰다. 거기다 자금줄이나 다름없던 KBS의 중계마저 막혀 이제는 대회를 치를 경비마저 조달할 수 없는 형편에 이르고 말았다.
씨름판이 어렵게 되면서 씨름인들간에 불화도 바람잘 날이 없다. 프로다, 아마다 다같이 힘을 합쳐 머리를 짜내 대처해나간다고 해도 힘겨운 판에 허구한날 싸움질만 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중계를 맡은 KBS도 당초 예산절감을 목적으로 씨름 중계를 폐지한다고 했다가 씨름판의 내분 탓으로 돌리고 있다. 씨름인들이 중계 폐지의 빌미를 주고만 것이다.
씨름판이 이럴 진데, 앞으로 씨름을 하겠다고 나서는 선수들이 있을리 만무하다. 장래가 암담한데, 힘든 씨름을 누가 하겠는가. 결국은 씨름을 하겠다고 나서는 선수 지망생들이 없어서라도 자연 고사하는 운명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불행한 현실이다.
씨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민족과 함께 해온 전통스포츠다. 그 자체가 우리 선조들의 희노애락과 숨결이 스며있는 전통문화다. 우리 고유의 전통스포츠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잘못으로 사라져가는 현실을 두고 아무도 걱정도하지않고, 신경도 쓰지않는다는 것이 정말 답답하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우리의 씨름과 비슷한 스모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일본의 전통과 얼을 지키고 그 속에서 국민적 단합을 유지해나가는 하나의 의식이자 종교로서 잘 받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공영 NHK에서는 일년에 4-5회 열리는 스모대회를 10여일의 대회기간 내내 생중계를 한다. 일본도 우리보다 프로스포츠가 성행하지만, 국기인 스모를 유지 발전시키기위해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대로 가다가는 다시는 최홍만을 모래판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또 이만기나 이봉걸 등등의 씨름 전성기때 전국민적 시선을 TV앞에 집중시켰던 그런 대스타들도 나타나지않을 것이다. 씨름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그냥 팔짱끼고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국민들이 외면하고, 기업들이 외면하고, 언론에서 외면하게 되면, 언젠가는 씨름은 극소수의 씨름 동호인들이나 관심을 갖고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는 그런 날이 오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의 국기라할 수 있는 씨름이 사라져 '씨름 인간문화재'의 탄생이 화제가 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최홍만이 이종격투기로 각광을 받고 있는 K-1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며칠전에는 마치 킹콩을 연상시키는 괴물 선수 밥 샙을 통쾌하게 물리치고 올해 K-1의 최강자를 가리는 월드그랑프리 8강전에 진출했다.
밥 샙과의 경기를 생중계한 케이블방송 MBC-ESPN은 공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각 가정에서, 사무실에서 두 거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최홍만에게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다. 경기를 지켜본 국민이라면 누구나 모처럼 후련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나라의 건전한 체육 발전에 일말의 책임을 느끼고 있는 스포츠레저부장으로서, 경기를 지켜보는 동안 내내 '최홍만이 왜 저기서 뛰어야만하는가'에 대해 답답함이랄까, 비애랄까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 고유의 전통스포츠인 민속씨름 선수였다. 218cm에 160kg의 '테크노 골리앗'이 모래판에서 우승 뒤에 포효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다. 그런 그가 씨름을 등지고 일본이 킥복싱을 응용해 만든 이종격투기 선수로 변신해 뛰고 있는 것이다.
왜 그렇게 됐는가. 한마디로 먹고 살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그가 뛸 수 있는 무대가 사라졌다. 씨름팀은 해체됐고, 오직 두 팀만이 명맥을 잇고 있으나 그나마 대회 자체가 열리지못하고 있으니 있으나마나한 팀이 됐다. 씨름판이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명절때 차례를 지낸 뒤 가족과 모여 TV로 지켜보던 씨름경기도 올 추석에는 없었다.
최홍만이 속했던 LG증권팀도 해체됐다. 팀이 해체된 뒤 한순간에 거리로 나앉게 된 선수들이 씨름연맹 앞에서 무능한 회장 퇴진과 팀을 살려내라며 항의농성을 벌이기도 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그러던 중 씨름계 현실로서는 도저히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제2의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민속씨름은 현재 존폐의 기로에 처했다. 한때 국민적 스포츠로 팬몰이를 했으나 야구,축구,농구,골프 등 서양의 프로스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내리막길을 걸은 뒤 기업들이 잇달아 팀을 외면, 모패판의 해체를 가속화 시켰다. 거기다 자금줄이나 다름없던 KBS의 중계마저 막혀 이제는 대회를 치를 경비마저 조달할 수 없는 형편에 이르고 말았다.
씨름판이 어렵게 되면서 씨름인들간에 불화도 바람잘 날이 없다. 프로다, 아마다 다같이 힘을 합쳐 머리를 짜내 대처해나간다고 해도 힘겨운 판에 허구한날 싸움질만 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중계를 맡은 KBS도 당초 예산절감을 목적으로 씨름 중계를 폐지한다고 했다가 씨름판의 내분 탓으로 돌리고 있다. 씨름인들이 중계 폐지의 빌미를 주고만 것이다.
씨름판이 이럴 진데, 앞으로 씨름을 하겠다고 나서는 선수들이 있을리 만무하다. 장래가 암담한데, 힘든 씨름을 누가 하겠는가. 결국은 씨름을 하겠다고 나서는 선수 지망생들이 없어서라도 자연 고사하는 운명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불행한 현실이다.
씨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민족과 함께 해온 전통스포츠다. 그 자체가 우리 선조들의 희노애락과 숨결이 스며있는 전통문화다. 우리 고유의 전통스포츠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잘못으로 사라져가는 현실을 두고 아무도 걱정도하지않고, 신경도 쓰지않는다는 것이 정말 답답하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우리의 씨름과 비슷한 스모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일본의 전통과 얼을 지키고 그 속에서 국민적 단합을 유지해나가는 하나의 의식이자 종교로서 잘 받들어지고 있다.
그래서 공영 NHK에서는 일년에 4-5회 열리는 스모대회를 10여일의 대회기간 내내 생중계를 한다. 일본도 우리보다 프로스포츠가 성행하지만, 국기인 스모를 유지 발전시키기위해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대로 가다가는 다시는 최홍만을 모래판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또 이만기나 이봉걸 등등의 씨름 전성기때 전국민적 시선을 TV앞에 집중시켰던 그런 대스타들도 나타나지않을 것이다. 씨름이 죽어가고 있는 현실을 그냥 팔짱끼고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국민들이 외면하고, 기업들이 외면하고, 언론에서 외면하게 되면, 언젠가는 씨름은 극소수의 씨름 동호인들이나 관심을 갖고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는 그런 날이 오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의 국기라할 수 있는 씨름이 사라져 '씨름 인간문화재'의 탄생이 화제가 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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