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의 거짓말이 호랑이를 만들어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가장 염려하는 것은 바로 사회적 평판이다.
평판에 따라 삶이 평탄할 수도, 험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평판은 대부분 같은 조직 안에 있는 구성원이 만들어내는데,
과도한 경쟁 구도 속에서 가끔은 왜곡된 평판도 생겨난다.
나아가 그 곡해에 따라, 억울한 희생이 발생하기도 한다.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면 믿겠습니까?>
전국시대 위나라 태자가 조나라에 인질로 갈 때 방총이 태자를 수행했는데,
출발하기 前 그가 왕에게 물었다. "지금 한 사람이 와서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대왕께선 믿겠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사람이 많아 그토록 번화한 거리에 어찌 산중의 호랑이가 나타날 수 있겠소?
거짓말이 틀림없소. 나는 믿지 않겠소."
방총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또 다른 사람이 와서 말하기를,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대왕께서는 믿겠습니까?"
"믿기진 않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소."
"잠시 뒤 세 번째 사람이 와서, 똑같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왕은 주저함 없이 말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믿을 것이오. 세 사람이나 와서 말하는데,
거짓일 리가 없지 않소?"
그러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방총이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번화한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세 사람이 동일하게 말하면, 진짜로 호랑이가 나타난 것처럼 되어 버립니다.
세 사람의 거짓말로, 있지도 않은 호랑이가 생겨버린 셈입니다.
지금 저는 조나라의 首都 대량으로 떠납니다.
대량은 이곳 저잣거리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머니, 그곳 상황을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제가 떠난 뒤, 저를 비난하는 사람은 절대 세 사람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밝게 살펴주기 바랍니다."
왕은 비로소 방총의 심중을 이해하고 말했다.
"그대의 뜻을 잘 알았으니, 안심하고 다녀오시오."
《전국책》에 나오는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成語가 '삼인성호'다.
세 사람의 거짓말이
있지도 않은 호랑이를 만들어내듯, 거짓말도 여럿이 하면 진실로 둔갑한다는 의미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허무맹랑한 험담도 여러 사람이 동조하면 결국 진실처럼 알려져,
당사자를 큰 곤경에 몰아넣는다.
위나라 방총은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까?
'삼인성호'의 비유까지 들어가며 거짓된 비방에 현혹되지 말 것을 부탁했지만,
왕은 끝까지 방총을 신임했을까?
불행히도 방총의 예측은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방총이 조나라로 떠나자마자 그를 음해하는 온갖 참언(讒言)이 들려왔고,
그것은 왕의 신임을 계속해서 잠식했다.
나중에 방총은 태자와 함께 돌아왔지만, 왕은 끝내 그를 외면했다.
이제 《전국책》에 나오는 또 다른 위나라 왕의
이야기를 보도록 하자.
<비방하는 글이 상자에 가득 차니>
위나라 문왕(文王)은 매우 현명한 임금이었다.
그는 아랫사람을 신임했고, 그들의 재능을 잘 활용했다.
어느 해 문왕은 악양(樂羊)이라는 장군에게 중산국을 정벌하라고 명령했다.
악양은 대군을 이끌고 중산국을 치러 갔는데, 중산국의 저항이 워낙 완강해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삼년이나 고생한 끝에 겨우 정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귀국한 악양이 문왕에게 승리의 소식을 전할 때, 자신의 공로를 의기양양하게
자랑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 모습을 본 왕은 빙그레 웃으며 사람을 시켜 큰 상자 둘을 가져오게 했다.
그런 다음 악양을 불러, 그 상자 안에 무엇이 담겼는지 확인하라 했다.
그 안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상자에는 여러 신하가 올린 상소문이 가득 담겨 있었다.
상소문의 내용을 확인한 악양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전부 중산국을 정벌하러 떠난 그를 비난하고 참소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악양은 비로소 중산국 정복은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엄청난 험담과 비방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을 믿고 일을 맡긴 문왕의
신의(信義) 덕분임을 깨달았다.
악양은 엎드려 거듭 사죄하며 말했다. “중산국을 정벌한 것은 소신의 공로가 아니옵고,
바로 대왕의 공로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나온 成語가 ‘비방하는 글이 상자에 가득 찼다’는 뜻의 '방서영협(謗書盈篋)'이다.
비난이 난무할 때나 험담의 무서움을 말할 때
쓰이기도 한다.
한나라 때 학자 유향은 "옛날 노나라에서는 계손(季孫)의 말을 듣고 공자를 쫓아냈고,
송나라에서는 자염(子冉)의 계책을 믿고 묵자(墨子)를 쫓아냈다.
공자와 묵자의 변론으로도 그 모함을 벗어날 수 없었으니, 이는 무슨 까닭인가?
입이 여럿 모이면 쇠붙이도 녹이는 법이요, 비방하는 말이 쌓이면 뼈도 녹여버리는 법이로다!"
라며 탄식했다.
(중구삭금 적훼소골: 아래 해설 참조)
공자나 묵자 같은 성현조차 남들의 비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자신을 구하지도 못했으니,
거짓된 비방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짐작할 수 있겠다.
험담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을 테고,
인류가 존재하는 限 계속될 것이다.
문제는 험담의 심각한 폐해를 알면서도, 거기에 쉽게 넘어가고 쉽게 동조하는 우리의 얄팍함에 있다.
사람들의 들끓는 시기와 질투가 만들어낸
거짓 호랑이가 우글거리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러한 거짓에 현혹되지 않고,
끝까지 신뢰의 방패로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지혜롭고 믿음직한 리더가 되기 바란다.
* 포풍착영(捕風捉影): 바람을 잡고 그림자를 잡다.
말이나 일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
* 중구삭금(衆口鑠金) : 입이 여럿 모이면 쇠붙이도 녹인다.
여론의 막강한 힘을 말할 때나, 비방하고 헐뜯는 말이 미치는 부정적 파괴력을 형용할 때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헐뜯는 말이 쌓이면 뼈를 녹인다'는 뜻의
'적훼소골(積毀銷骨)'과 나란히 붙여 쓴다.
* 중심성성, 중구삭금(衆心成城, 衆口鑠金) : 여러 사람이 마음을 모으면 城도 쌓을 수 있고,
여러 사람이 입을 모으면 쇠도 녹일 수 있다.
* 적우침주, 군경절추(積羽沉舟, 群輕折軸) : 깃털도 쌓이면 배를 침몰시키고,
가벼운 짐도 많으면 수레 축을 부러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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