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1924~2009년) 전 대통령은 생전에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80여년 삶을 반추하며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 구술(口述) 기록을 남겼다. 41차례에 걸친 구술은 생생한 육성과 함께 동영상으로 남아 있다. 중앙일보는 DJ의 육성 회고록이 역사적 가치와 교훈이 된다고 판단, 오늘부터 독점 연재에 들어간다.
앞으로 다룰 주요 내용
②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내막
③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애증
※15개월의 영상기록, 장기 연재합니다
2000년 6월 14일 오후 평양 백화원 초대소. 방북 이틀째, 김대중 대통령(DJ)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하 존칭 생략)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마주 앉았다. 남북 간 화해와 통일, 긴장 완화와 평화 등 남북관계 개선 방안에 관한 긴 토론이 오갔다. 회담이 2시간을 훌쩍 넘겼다. 갑자기 김정일이 뜻밖의 말을 던졌다. 예상치 못한 파격적 발언이었다.

2000년 6월 14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마주보고 앉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회담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원탁 외교안보수석, 김 대통령, 임동원 국정원장, 이기호 경제수석, 김 위원장. 중앙포토
미국(미군)이 한반도에 있어야 합니다. 북한을 공격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됩니다.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하지만 러시아·중국·일본 등 우리를 먹으려 했던 나라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미국(미군)이 통일 이후에도 있어야 합니다.
DJ는 귀를 의심했다. 북한에 미군 철수는 숙원이다. 조국해방전쟁이 미군 개입으로 실패했다고 믿는 북한에 미군은 ‘외세 점령군’이다. 그런데 김정일의 말은, 주한미군이 남북 간의 전쟁 억지와 한반도 주변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하다는 뜻으로 들렸다.
김정일 ‘주한미군 철수’ 공식 입장 부인
‘주한미군 철수’는 1953년 김일성이 공식화한 이래 일관된 원칙이자 김일성의 유훈(遺訓)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대외적으로는 변함없었다.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한 대화와 협상들이 진행되는 오늘의 현실에서 미군의 철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절실한 요구며, 조선문제 해결의 기본 열쇠다.”(노동신문, 2000년 4월 29일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 논평)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평양방송, 2000년 5월 11일)
이런 상황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입에서 ‘미군 주둔’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이 나왔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대통령께 비밀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역사·정치·경제·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대중회고록2 (0) | 2023.06.12 |
---|---|
김대중 회고록1 (1) | 2023.06.12 |
한빛 4호기 가동 "머뭇" (0) | 2022.11.20 |
역사를 보는 눈 (0) | 2022.09.10 |
518 과 북한 (0) | 2022.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