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인의 의미[편집]
《삼국유사》의 제석(帝釋)이라는 표현은 불교에서 말하는 제석환인(帝釋桓因, 인드라)에서 차용된 것으로 보이며 이를 원래의 신화에 불교적 색채가 가미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1] 한편 원래의 신화에서도 환인(桓因)이라는 명칭은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아 이를 천신(天神, 하늘님/한님)이나 태양신(환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2]
불교 용어로서의 환인(桓因)은 불교 우주론에서 6욕천 중 제2천인 도리천(33천)의 왕인 제석천(帝釋天)의 다른 이름이다. 제석천의 산스크리트어 원명은 샤크라 데바남 인드라(산스크리트어: Śakra Devānām-indra, 팔리어: Sakka devānam indo)인데 '데바들의 왕, 샤크라(Śakra, lord of the devas)'를 뜻한다.[3] 음역하여 석가제환인다라(釋迦提桓因陀羅)라고도 하며, 이것을 줄여서 석제환인(釋提桓因) 또는 석가제바(釋迦提婆)라고도 한다. 그리고 환인(桓因)은 석제환인의 줄임말이다.[4][5] 석가제환인다라(釋迦提桓因陀羅)에서 석가는 샤크라(Śakra)의 음역어인데, 샤크라는 힌두교의 신 인드라(Indra)의 여러 다른 이름들 가운데 하나이다. 제환은 데바남(Devānām)의 음역어인데 '데바들의(of devas, of gods, of demigods)'를 뜻하며,[6] 제바(提婆)라고도 음역하며 보통 의역하여 천(天)이라고 한다. 인다라는 인드라(indra)의 음역어인데 우두머리(chief) 또는 왕(king)을 뜻한다. 즉, 환인(桓因)은 석가제환인다라(釋迦提桓因陀羅)에서 '환인'을 추출하여 약어로 삼은 것으로, 데바들의 왕(lord of devas)을 뜻한다.[4][7]
제석(帝釋)의 한자어 문자 그대로의 뜻은 '천제(天帝) 샤크라(Sovereign Śakra)' 즉 '신[天]들의 제왕[帝], 샤크라[釋](king of the gods, Śakra)'이다.[8] 또한 제석천은 간단히 천주(天主)라고도 하는데, 이것도 역시 '데바[天]들의 왕[主]'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인드라(Indra)를 의역한 것이다.[4][7]
불교 우주론에 따르면, 제석천이 '모든 데바들 즉 모든 천신(天神)들의 왕' 즉 최고신(God)인 것은 아니며, 6욕천 가운데 제2천인 도리천 즉 33천의 왕이다. 그런데, 6욕천의 제1천인 4천왕천의 왕들인 4천왕이 제석천의 통솔을 받으므로, 제석천은 6욕천의 제1천과 제2천의 왕이라고 할 수 있다.[9] 즉, 제석천은 욕계 · 색계 · 무색계의 여러 하늘들 가운데 최하위의 두 하늘의 왕일 뿐이다. 그렇기는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불교 우주론에서 하늘[天]들은 지표면에 존재하는 하늘인 지거천과 공중에 존재하는 하늘인 공거천으로 나뉘는데, 욕계의 6욕천 가운데 가장 하위의 두 하늘인 제1천인 4천왕천과 제2천인 도리천(33천)만이 지거천이며 나머지 모든 욕계 · 색계 · 무색계의 하늘들은 모두 공거천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환인(桓因) 즉 제석천은 비록 지상계와 천상계 전체의 최고신(God)은 아니지만 지상계의 최고신이라고 할 수 있다. 제석천이 거주하는 궁전은 '하나의 세계[一世界]' 즉 1수미세계(一須彌世界) 또는 1소세계(一小世界)의 중심을 이루는 산인 수미산의 정상의 지표면에 위치한다.[10]
그리고, 불교 우주론에서, 태양신 즉 일천(日天)은 달의 신인 월천(月天)과 함께 6욕천의 제1천인 4천왕천에 속하는 천신이다. 즉, 4천왕의 통솔을 받는 데바이다.[11][12] 4천왕천의 천신들이 거주하는 곳, 즉 4천왕천의 범위는 해와 달, 수미산의 하반부 그리고 7금산(七金山)이다. 즉, 9산 가운데 제9산 즉 맨바깥의 산맥인 철위산이 제외되며, 또한 철위산과 제8산 사이에 있는 짠물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네 대륙인 4대주(四大洲)가 제외된다.[11][12] 4대주는 인간도의 유정들의 세계 즉 거주처이다. 4대주를 4천하(四天下)라고도 한다. 즉, 불교 용어로서의 천하(天下)는 4대주의 어느 하나를 가리킨다.[13] 4대주 가운데 남쪽에 있는 대륙인 남섬부주(南贍部洲) 즉 염부제(閻浮提)는 원래는 인도 아대륙을 가리킨 것이지만, 후대에서는 지구 즉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인간세계[人世]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14]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인간세계 즉 천하는 1수미세계(一須彌世界)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다.
불교 우주론에 따르면, 한 명의 부처의 교화 범위를 1불찰(一佛刹) 즉 1개의 불국토라고 하는데, 1불찰은 1개의 3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를 말한다. '6욕천의 나머지 네 하늘과 색계 · 무색계의 하늘들을 포함한, 1개의 태양과 1개의 달이 있는 1수미세계 즉 1세계'가 1000개 모여서 소천세계(小千世界)를 이루고, 소천세계가 1000개 모여서 중천세계(中千世界)를 이루며, 중천세계가 1000개 모여서 대천세계(大千世界)를 이룬다. 이와 같이 천(千, 1000)이 3번 중첩되었다고 하여 대천세계를 3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라고도 한다. 이러한 3천대천세계가 우주 즉 법계를 이룬다. 따라서 엄밀히 계산하면 1수미세계가 10억 개 모인 것이 하나의 우주인데, 불교 우주론에 따르면 이것은 단지 표현상의 서술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대천세계 즉 우주는 실제로는 1수미세계 즉 1세계가 천백억(千百億 = 1000 × 100억) 개 즉 10조 개 모인 것이다.[15][16][17] 이러한 견해에 의할 때,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인간세계 즉 천하 즉 남섬부주는 우주의 지극히 미소한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한 유정이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할 때 그 지혜는 우주의 전 영역, 즉 천백억 개의 세계 전체를 포괄한다.[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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