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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려실기술

碧空 2013. 10. 28. 17:12

기사본말체로 쓰인 또 다른 역사서 - 이긍익의 『연려실기술』

앞서 말한 기전체·편년체·강목체와는 또 다르게 쓰인 역사서도 있었습니다. 그 서책은 정조(正祖) 시대 이긍익(李肯翊)이 기사본말체(紀事本末體)라는 역사 서술 체재에 따라 쓴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입니다. 기사본말체는 특정 시대의 역사적 사건을 자세하게 알 수 있도록 서술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그 발생 원인에서부터 전개과정 그리고 결과 및 영향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연려실기술』은 조선의 태조(太祖)부터 숙종(肅宗) 시대까지 중요한 사건을 각각의 임금별로 다루고 있는데, 태조 시대에 관한 서술을 예로 들어 소개하면 아마도 기사본말체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려실기술』의 제1권에 실려 있는 「태조조고사본말(太祖朝故事本末)」을 살펴보면, '태조(太祖)', '선계(璿系 : 왕실의 세계)', '잠룡시사(潛龍時事 : 왕이 되기 전의 주요 행적)', '고려정란 왕업조기(高麗政亂 王業肇基 : 고려 정치의 문란과 왕업의 일어남)', '고려수절제신부(高麗守節諸臣附 : 고려에 절개를 지킨 여러 신하들)', '개국정도(開國定都 : 나라를 세우고 도읍지를 정함)', '유배제왕씨(流配諸王氏 : 여러 왕씨들을 유배 보냄)' 등 주요 사건들을 정해 그 원인 → 전개과정 → 결과 및 영향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9권에 실려 있는 중종(中宗) 시대를 다룬 「중종조고사본말(中宗朝故事本末)」을 보면, 더욱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이긍익은 이 시대의 주요 사건으로 '심사손위야인소살(沈思孫爲野人所殺 : 심사손이 야인에게 살해당하다)', '삼간용사(三奸用事 : 세 명의 간신이 권력을 잡다)', '박경빈복성군지옥(朴敬嬪福成君之獄 : 경빈 박씨와 복성군의 옥사)', '대소윤쟁권(大小尹爭權 : 대윤과 소윤의 권력 다툼)' 등을 정해 놓고 기승전결(起承轉結)의 논리와 순서에 따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사본말(紀事本末)' 곧 중요한 사건의 본말(本末 : 원인과 결과)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서술했기 때문에, 이 역사기록 및 편집체재는 '기사본말체(紀事本末體)'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사본말체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기전체·편년체·강목체와 비교해 당대의 학자들로부터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역사 서술 및 편집 체재와는 좀 다른 이야기지만 특별히 여기에서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긍익이 『연려실기술』을 저술할 때 400여 종에 달하는 각종 서적들을 참고했는데, 정사(正史)의 역사서보다는 야사(野史)의 역사서를 더 중요하게 인용했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그동안 역사서의 한 분야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야사류(野史類)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획기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동각잡기(東閣雜記)』, 『기재잡기(寄齋雜記)』, 『해동잡록(海東雜錄)』 등은 이긍익이 『연려실기술』에서 특별히 자주 인용한 야사류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연려실기술』은 기사본말체를 대표하는 역사서일 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조선 시대의 야사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한 최초이자 최고의 역사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연려실기술』은 조선시대의 야사를 집대성해 놓은 총서(叢書)였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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