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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보수세력의 축 제대로 하고 있나

碧空 2009. 5. 14. 16:41

[사설] 박근혜, ‘보수세력의 축’ 제대로 하고 있나 [중앙일보]

오피니언

 

정치인 박근혜에게는 두 가지 위상이 있다. 하나는 한나라당의 비주류 수장(首長)이고 다른 하나는 이명박(MB) 대통령과 더불어 집권 보수세력의 양대 축이라는 것이다. 비주류 수장으로서 그의 언행엔 무리한 논리가 없다. 주류가 국정의 동반자 약속을 지켜야 하고, 당 운영이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집권세력의 안정을 위해 주류가 박 전 대표의 주장을 수용해 대화합과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집권 보수세력의 양대 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박근혜의 처신엔 문제가 없지 않다. 정확한 사실관계 없이 건전한 보수의 흐름에서 이탈하는 사례를 보이는 것이다. 박근혜는 박정희 산업화 세력에서부터 이어져 오는 광범위한 보수층의 기수(旗手)적 존재다. 그가 거리에 나설 때마다 그의 손을 잡으려고 달려드는 50~60대의 다수는 정서적으로 보수 지지층일 것이다. 물론 홈페이지를 메우는 네티즌이나 ‘박사모’ 중에는 그러한 이념성향과 무관한 이들도 다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란 이름은 어디까지나 보수이며, 조금 넓게 잡아도 중도보수다.

그렇다면 그는 보수정권의 성공과 한국 사회의 ‘이념적 원상회복’에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2007년 대선 때 그는 이회창 출마에 반대하면서 보수세력의 분열을 막으려 애썼다. 엄동설한의 유세현장을 누볐다. 이는 MB만을 바라본 게 아니라 여당 후보가 누구이든 자신이 열망했던 보수정권의 재집권과 성공을 위한 게 아니었나.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는 “쇠고기 문제는 한국 정부가 충분한 설명 없이 갑자기 쇠고기를 수입해서 불안감이 생긴 것이지 반미감정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실상과 다른 것이다. 촛불파동은 처음엔 소수의 국민건강 이슈에서 출발했지만 곧 반미·반정부 세력이 주도하면서 이념사태로 흘렀다. 미국산이 아니라 남미나 유럽산이어도 그런 소동이 벌어졌겠는가. 미디어법이나 집시법·통신비밀보호법 등이 걸린 지난 입법전쟁 때도 박근혜는 보수정권의 중심적 사고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태도를 취했다. 그는 절차를 문제 삼았다고 하지만 ‘국민의 고통’ 운운한 것은 그가 MB의 보수적 개혁입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사례들은 그가 보수 흐름에서 이탈해 지나치게 장래의 득표에만 신경을 쓴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박근혜에게는 역사의 지평선상에서 보수의 건전한 세력회복을 이뤄내야 하는 역할이 있다. 그 연장선에서 한나라당 내 문제에서도 새로운 각오와 조명이 필요하다. 비록 비주류이지만 당내 비중이 크고 실질적인 영향력도 만만찮다는 점에서 당내 문제의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지금처럼 뒷전에서 비판하고 훈수하는 식의 모습은 무책임해 보인다. 당의 대주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마음을 열고 쇄신·개혁입법 같은 공론의 장에 참여하거나, 주류가 화합의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자락을 깔아주는 것도 중요한 방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