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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 돌아오는 이유

碧空 2008. 11. 15. 17:23

[week&] 광화문이 돌아오는 이유

 


[중앙일보 이어령.김영택] 헐려도 다시 서고 옮겨도 제자리를 찾는 불멸의 문이 있다. 그것은 광화문(光化門) - “빛이 사방을 덮고 가르침이 만방에 미친다”는 세종대왕께서 붙이신 이름 그대로의 문이다. 어떤 어둠도 빛을 삼킬 수는 없다. 그래서 임진왜란으로 불타버렸어도, 재건된 그 문이 일제의 폭정으로 다시 헐려 옮겨졌어도, 그리고 그것마저 6·25의 전화로 소실되었어도 보아라. 밤이 지새면 영락없이 다시 솟는 아침 해처럼 지금 떠오르는 광화문의 빛.

  복원 공사의 자리에서는 옛날 광화문의 월대가 발굴되었다. 그 터의 여섯 켜 지층밑에서는 말뚝을 박은 1800년 전 뻘흙이 드러났다. 시멘트가 아니다. 이제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우리 금강송(金剛松)으로 기둥을 세울 차례다. 벌써 강원도 심산에서 150년이나 자란 열여섯 그루의 소나무가 베어졌다고 한다. 단단하고 올곧게 자란 나무 속살에는 “어명이요”라는 외침소리와 함께 뫼 산자 국인(國印)도 찍었다고 한다.

 대체 무슨 힘을 지녔기에 그처럼 끈질긴 생명력으로 되살아나는 것일까. 나라님들이 떠난 빈 궁궐의 문인데도, 건춘문, 영추문, 신무문 - 다른 문들은 모두 잊혀 가는데 어째서 광화문 이름 하나만은 인두로 지지듯 가슴속에 남아 있는가.

 천안문처럼 크지도 않고 파리의 개선문처럼 높지도 않은데 낯선 이방인들에게도 정을 주는 광화문의 매력. 그래서 그 문이 헐릴 때 일본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는 “오 ! 광화문이여 ! 오 광화문이여!” 통곡을 하듯이 몇 번이나 목메어 그 이름을 불렀고 전쟁의 개선문만 보던 서양 사람들은 그 신기한 이름을 풀어 사람의 지혜를 일깨우는 “계몽(enlightment)의 문”이라고 반겨 불렀다.

 광화문은 우리의 얼굴, 광화문 거리는 우리 몸의 중심에 있는 옴파로스(배꼽). 심훈 선생이 그날이 오면 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둥둥 치며 행렬의 앞장을 서겠다고 노래한 광화문 육조 거리- 해방의 북소리만이 아닐 것이다. 옛날에는 신문고를 울리고 오늘에는 ‘붉은 악마’들이 거리 응원의 함성을 지르듯 신나면 손뼉을 치고 화나면 발을 구르는 역사의 진동소리가 들려오는 곳이다.

 광화문이 복원된다는 것은 그 문을 지키던 전설의 해치(해태)가 다시 눈을 뜬다는 것이다. 신선이 먹는 멀구슬나무의 이파리가 아니면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는다는 청결한 동물, 그 전설의 해치가 외뿔을 세우고 우리에게로 온다. 온몸의 비늘을 번득이며 폭력과 악으로 오염된 이 시대를 정화하고 심판하기 위해서 광화문이, 해치가 이 세계로 온다.

글=이어령 본사 고문, 그림=김영택 화백
 
(중앙일보 - 08년 1월 11일 자 기사)
 
 

출처 :11기궁궐길라잡이사랑방 원문보기 글쓴이 : 장경상(창덕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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