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9일 개천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연휴의 개시일에 불과했다.
‘하늘열림’ 곧 개천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는 거의 없어 보인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얄팍함과
뿌리얕음의 부끄러운 증거가 아닌지 모른다.
우리 자신의 부박함을 꾸짖고 다시금 우리의 기본을 생각하자는 의미에서 여기 ‘단동십훈(檀童十訓)’을 소개한다.
1. 불아불아(弗亞弗亞).
‘불(弗)’이란 기운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고 ‘아(亞)’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형상이다. 이처럼 기운이 순환하는 무궁무진한 생명력의 발현인 아이의 자기 존중심을 키우려고 허리를 잡고 좌우로 흔들면서 하는 말이 ‘불아불아’다. 자기 존중심이야말로 사람이 스스로를 살게 만드는 힘의 근원 아닌가. 시상시상(侍想侍想). 사람의 형체와 마음은 태극(太極)에서 받았고, 기맥(氣脈)은 하늘에서 받았으며, 신체는 지형에서 받은 것이므로 아이의 한 몸이 작은 우주(宇宙)다. 그 때문에 우주를 몸에 모신 것이니 매사에 조심하고 하늘의 뜻, 우주의 섭리에 순응하라는 의미에서 아이가 앉아 몸을 앞뒤로 끄덕이게 하는 것이다. 그만큼 몸을 귀히 여겨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이다.
2. 도리도리(道理道理).
머리를 좌우로 흔들 듯 이리저리 생각해 하늘의 이치와 천지 만물의 도리를 깨치라는 것이다. 곤지곤지(坤地坤地).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왼쪽 손바닥을 찍는 시늉을 하며 ‘땅=곤(坤)’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잼잼(지암지암·持闇持闇).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쥘 줄 알았으면 놓을 줄도 알라”는 깨달음을 은연중에 가르치는 것이다. 손이 간신히 들어갈 만큼 가는 병목을 가진 병 속에 든 쌀을 한 줌 손에 쥐고 빼내려면 다시 쥔 것을 내려놓지 않고선 결코 손을 뺄 수 없는 법! 결국 쥔다고 다 내 것이 아님을 알라는 것이다.
3. 섬마섬마(서마서마·西摩西摩).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 굳건히 살라는 뜻에서 아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 세우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어비어비(업비업비·業非業非). 아이가 해서는 안 될 것을 이를 때 하는 말로, 커서도 일함에 도리와 어긋남이 없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아함아함(亞含亞含). 손바닥으로 입을 막는 시늉을 하는 것으로, 두 손을 모아 입을 막은 ‘아(亞)’자의 모양처럼 입조심하라는 뜻이 내포된 것이다.4.짝짜꿍 짝짜꿍(작작궁 작작궁·作作弓 作作弓). 음양의 결합, 천지의 조화 속에 흥을 돋우라는 뜻에서 두 손바닥을 마주치며 박수를 치는 것이다. 질라라비 훨훨(지나아비 활활의·支娜阿備 活活議). 아이의 팔을 잡고 영과 육이 고루 잘 자라도록 기원하고 축복하며 함께 춤추는 모습이다. 결국 천지자연의 모든 이치를 담고 지기(地氣)를 받은 몸이 잘 자라나서 작궁무(作弓舞)를 추며 즐겁게 살라는 것이다.
‘단동십훈’이란 단군 이래 전해 오는 놀이육아법이다. 5.‘도리도리 짝짜꿍’ 6. '곤지곤지 잼잼' 곤지 잼잼’은 우리가 어릴 적에 영문 모르고 즐겼던 것들이다. 하지만 거기엔 심오한 세계관과 생활철학이 스며 있다. 어른들이 아이에게7. ‘깍꿍’이라 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깍꿍’은 ‘각궁(覺躬)’이다. “자신을 깨달아라!”는 뜻이다.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는 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가 다시 다져야 할 것은 역시 이런 ‘기본’이다. 이것이 잊혀지고 외면돼온 ‘단동십훈’을 다시 꺼내 생각하는 이유다.
정진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