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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 금강산 유람기

碧空 2006. 7. 2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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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천지가 온통 단풍에 붉게 타던 어느 해 가을이었다.
김삿갓은 시를 잘 짓기로 굉장히 소문난 금강산의 한 중을 찾아갔다.

마하연의 암자에서 살고 있는 그 중으로 말하면 금강산에서 나서 자라
누구보다도 금강산에 대한 애착이 깊었고 시를 짓는 데서도 당대의
일류 문장가들과도 어깨를 견줄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대사의 명성을 익히 듣고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소원이 성취되어 기쁘기 그지없소이다.
청컨대 많이 편달해주기 바라나이다."

"원 과찬의 말씀이오이다."

김삿갓이 인사말에 중은 겸손하게 대답하였다.

삿갓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듣건대 대사는 시를 잘하기로 이 금강산에서 당할 사람이 없다
하온데 외람되오나 대사와 함께 금강산에 대한 시짓기를 겨루는 것으로
한때를 즐기게 하여준다면 다시없는 영광으로 생각하겠나이다."

그의 말에서 단순한 경쟁심에서 나온 청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중은 두 말 없이 글짓기내기에 응하였다.
그리하여 김삿갓과 금강산 중이 글짓기내기가 시작되었다.
내기는 금강산을 잘 아는 중이 먼저 전구를 떼면
삿갓이 대구를 다는 식으로 벌어졌다.

중 --- 이른 아침 입석봉에 오르니 구름은 발 아래 생기고

朝登立石雲生足

삿갓 - 저녁에 황천강의 물을 마시니 달이 입술에 걸리더라

暮飮黃泉月掛唇

중 --- 사람의 그림자는 물 속에 잠기어도 옷은 하나도 젖지 않았다

影浸綠水衣無濕

삿갓 - 꿈속에 청산을 오르내렸어도 다리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네

夢踏靑山脚不苦

중 --- 산 위의 돌은 천년이나 굴러야 땅에 닿을 듯하고

石轉千年方倒地

삿갓 - 산이 한 자만 더 높으면 손이 하늘에 닿을 듯하여라

峰高一尺敢摩天

중 --- 가을 구름이 만 리에 뻗었으니 흰 고기비늘이 겹쌓인 것 같고

秋雲萬里魚鱗白

삿갓 - 천년 묵은 고목의 뻗친 가지는 사슴의 뿔이 높이 솟은 듯하구나

枯木千年鹿角高

중 --- 청산을 돈을 주고 샀더니 구름은 공으로 얻고

靑山買得雲空得

삿갓 - 맑은 물가에 다다르니 고기는 저절로 모여드누나

白水臨來魚自來

중 --- 절벽은 비록 위태롭게 솟아 있어도 그 위에서 꽃이 웃는 경치가 좋고

絶壁雖危花笑立

삿갓 - 양춘은 비록 아름다워도 새는 울며 떠나가니 비감이 생긴다

陽春最好鳥啼歸

중 --- 물은 은절굿공이가 되어 절벽을 연방 내리찧고

水作銀杵용絶壁

삿갓 - 구름은 옥으로 만든 자가 되어 청산을 재어간다

雲爲玉尺度靑山


중이 연해연방 불러대어도 삿갓이 거침없이 대답을 하는데
그것이 앞뒤가 꼭 맞을 뿐 아니라 그 뜻이 하도 깊어서 신기할 정도였다.
중은 마침내 글짓기내기를 더 이상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아끼던 마지막 구를 떼었다.

달이 희고 눈이 희니 천지가 다 희고

月白雪白天地白


삿갓이 제꺽 그 뜻을 알아차리고 끝을 맺었다.

산이 깊고 물이 깊으니 나그네 수심도 깊다

山深水深客愁深


중은 김삿갓의 마지막 구에 감동되어 입을 딱 벌렸다.
중이 김삿갓의 비상한 재주에 감복하여 말없이 그를 쳐다보는데
삿갓도 중을 마주보며 다음 구를 기다리다가 더 내지 않기에 한마디 하였다.

"아니 왜 바라보기만 하시나이까. 이빨을 빼버리기엔 아직 이르지 않소이까?"

김삿갓이 빈정대며 웃으니, 중이 기쁨을 감추지 않고 물었다.

"그대는 누구인고?"

"김삿갓 이올시다."

"오라, 김삿갓!

소문에도 시에 귀신이라 하더니만 이제 보니 그대는 과연 시의 신선일세.
내 이 절에서 힌평생을 지내면서 시 짓는 문객들을 수없이 맞고 보내왔어도
언제 한번 재미를 보지 못하였는데,
오늘 이렇게 그대를 만나니 정말 기쁘고 반갑기 짝이 없소 그려."

중은 진정으로 말하였다.

그들 둘은 뜻깊은 상봉을 계기로 좋은 시벗이 되었는데,
김삿갓은 금강산을 찾을 때마다 그 중과 함께 지내면서
조국의 자연을 노래한 많은 시를 지었다.

마음의 그림자 - 명상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