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하자 !!

참되고 바르게

등산 ·여행·골프

곰배령으로 떠나는 웰빙여형

碧空 2006. 6. 30. 12:19
남설악 자연으로 떠나는 웰빙여행




곰배령을 아는가? 이름은 질그릇처럼 투박하지만 그 풍광은 더없이 소박하고 고운 국내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다.
5월이 돼야 언 땅이 풀리고 ‘꽃피는 춘삼월’인 그곳에 빛깔도 제각각인 들꽃이 산마루를 온통 뒤덮기 시작했다.
곰배령은 가는 길부터 정겹다. 강풍에 먼 나들이를 떠나듯 소(牛)도 바람에 날아간다는 ‘쇠나드리’를 지나,
겨울이면 눈이 많이 와 설피 없이는 못 산다는 ‘설피밭’까지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지난다.
설피밭에 이르러 다시 진동분교, 설피산장, 설피교를 지나면 산행의 들머리인 곰배령과 단목령 갈림길이 나온다.

이 삼거리에서 곰배령까지 이어지는 4km의 길은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보기 힘든 아름다운 오솔길이다.
빨려들 듯 숲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처음은 꽤 널찍한 대로다. 정상까지 완만하게 이어져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 길 왼쪽으로는 시원한 물소리가 함께한다. 이 물줄기가 바로 열목어가 사는 청정 계곡으로
진동천, 방태천으로 이어지는 내린천 최상류 줄기의 하나다.
잠시 배낭을 풀고 맑은 물에 손을 담그면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소름마저 돋게 한다. 

돌다리가 놓인 물길을 건너면 본격적인 숲 터널이 시작된다.
청아한 초록빛으로 우거진 나무들은 발을 들여놓기 힘든 원시림. 옷을 벗어 짜면 초록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푸른 잎 아래로 지름 1m가 넘는 고사리와 야생화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곰배령 정상으로 향하는 숲 터널은 정상만을 보고 서둘러 오르는 단순한 등산길이 아니다.
온몸의 감각기관을 활짝 열어놓고 키 작은 풀과 눈높이를 맞추며 짙푸른 물소리와 함께할 수 있는 길이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나무와 나무 사이로 하늘이 조금씩 비치는데, 때로는 그 하늘이 머리 위로 난 길이 된다.
 
산길에 들어선 지 두 시간. 갑자기 하늘이 뻥 뚫린 것처럼 열리고 벅찬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산꼭대기에 이런 광활한 터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놀라움을 다스리며 시선을 낮추면 고만고만한 야생화가
고래등 같은 능선을 타고 꽃사태를 이룬다. 

곰배령은 성한 나무 하나 없는 초원이다. 바람이 워낙 세차기 때문이다. 능선 반대편에서 곰배골을 타고 오른
바람은 고갯마루에서 절정을 이루어 한순간도 쉼 없이 초원의 풀잎을 훑는다.
그 시련 속에서도 꽃멀미를 일으킬 듯 지천으로 피어난 곰배령 야생화는 새색시처럼 곱게 단장하고 손님을 맞는
다. 비행접시가 편대비행하는 듯한 모습의 하얀 꽃을 떠받친 ‘구릿대’는 바람에 너울거리고, 별 모양 잎이 앙증맞
은 둥근 이질풀은 수줍은 듯 홍조를 띠며, 융단처럼 깔린 푸른 초지를 선명한 주황색으로 수놓듯 피어난 동자꽃은
웃자란 키를 자랑이라도 하듯 바람을 타고 고개를 끄덕인다. 청순한 흰빛의 바람꽃, 잘린 줄기에서 빨간 즙이
나오는 노란 꽃의 피나물, 여우 꼬리를 닮은 보랏빛 산꼬리풀과 샛노란 마타리까지… 바람을 이기고 겸손하게
피어난 들꽃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발을 옮기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야생화의 신비로움도 일품이지만 주변 산의 풍경 또한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다.
멀리 보이는 양양 앞바다와 운해를 뚫고 이어진 점봉산과 대청봉 등 산봉우리의 기상도 빼놓을 수 없는 장관이다.
곰배령의 야생화가 평지를 버리고 굳이 이곳까지 올라와 꽃을 피운 이유가 이 같은 주변 환경과 경치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