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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가는 어린이 경제교육 이야기

碧空 2006. 1. 14. 09:46
아빠들이여, 아이에게 통장을 보여줘라 -김지룡의 '가슴높이 어린이 경제교육'- 【편집자주=아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경제교육은 돈을 다루는 올바른 태도와 습관입니다. 이는 지식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실천하며 스스로 느끼고 깨우쳐야 합니다. 김지룡 콘텐츠 프로덕션 놀다(주) 대표가 '가슴 높이' 어린이 경제교육을 주창하는 이유입니다.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김대표는 딸에게 직접 금융교육을 시킬 정도로 자식 교육에 열심입니다. 돈을 제대로 다루는 것과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것은 많은 부분 일치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돈은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다. “사과가 세 개 있고, 귤이 두 개 있는데 더하면 모두 몇 개가 될까?”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수학 책에 이런 문제가 나온다. 축구공과 농구공의 개수를 더하거나 개미와 무당벌레의 마리 수를 더하는 문제도 있다. 과연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아이들에게 사과는 사과고 귤은 귤이다. 그런데 사과와 귤을 더하라니 도대체 무슨 뜻인가? 사과 위에 귤을 올려놓아 눈사람 모양으로 만들라는 것인가? 믹서기로 갈아서 섞으라는 소리인가? 사과와 귤, 축구공과 농구공처럼 서로 다른 성질의 것을 더하는 문제는 아이들은 혼란 속에 빠뜨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간에 한가지 말을 첨가한다면 모든 혼란을 말끔히 씻어줄 수 있다. “사과가 세 개, 귤이 두 개 있다. 친구들에게 하나씩 주려고 하는데, 친구를 몇 명까지 부를 수 있을까?” 전혀 다른 사물인 사과와 귤의 개수를 더하는 것은 ‘추상’의 영역이다. 수학에서 다루는 수는 사물의 종류와 관계없이 개수를 표시하는 것이라는 고차원적인 지식이 선행되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사과가 되었든 귤이 되었든 친구를 불러 하나씩 나누어주는 일은 ‘구체’의 영역이다. 현실에서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머리 속에서 상황을 상상하고 해답을 이끌어내기 쉽다. 취학전의 아동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들은 ‘추상’의 영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추상의 영역을 구체적인 현실문제로 바꾸어 물어보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소흘히 한 채 느닷없이 문제를 풀게 하기 때문에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에게 경제교육을 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제에 얽힌 개념들은 추상적인 것들이 많다. 가격, 금융, 투자, 효용 등 대부분의 개념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이런 ‘추상’의 세계를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져볼 수 있는 ‘구체’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아이들은 몸으로 만져보고 가슴으로 느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자원의 희소성’을 전제로 한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데 반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자원에는 한도가 있으므로 올바른 선택을 해야 만족을 높일 수 있다는 개념이다. 아무리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해도 아이들을 이해시키기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원은 바로 ‘돈’이다. 요즘 아이들은 대여섯 살만 되어도 물건을 살 때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돈’이 무한정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어린이 경제 교육의 출발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흔히 돈은 무한정 있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 자녀가 10살 미만이라면 시험삼아 한 번 물어 보자. “돈은 어디서 난다고 생각하니?” 많은 아이들이 ‘은행’이나 ‘은행에 있는 돈 뽑는 기계(현금인출기)’라고 대답할 것이다. 조금 드문 예로는 돈을 만드는 공장에서 난다고 대답하는 경우도 있다. TV나 책에서 조폐공사에서 돈을 찍어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은행이나 조폐공사에 가면 돈을 공짜로 준다고 생각하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어린 아이들이 동화와 현실을 구별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부모가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을 몇 번 보고 나면 현금인출기를 동화 속에서 본 도깨비 방망이나 아무리 물건을 빼내도 줄어들지 않는 ‘화수분’이라고 여기기 쉽다. 아이들이 물건을 사달라고 할 때 부모가 ‘돈이 없어서 못 사준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돈이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면 현금을 인출한 뒤에 명세표와 방금 인출한 내용이 정리된 통장을 보여주면 된다. 현금을 인출하면 예금의 잔액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십만 원이나 백만 원 같이 단위가 얼마나 큰 금액인지 모르는 아이라도 돈을 찾으면 잔액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일을 몇 번 경험하게 해주면 아이들은 현금인출기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 앞으로 찾을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단순한 계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0’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아이라면 돈을 많이 인출해서 잔액이 ‘0’이 되면 더 이상 돈을 찾을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잔액이 ‘0’이 되지 않는 것은 때때로 통장에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라는 것도 설명해 주어야 한다. 돈이 입금되는 것은 부모가 일을 하는 대가로 받은 돈이 통장에 들어오는 것이라는 것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기쁠 때는 ‘자신이 벌어 온 돈으로 가족들이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게 되었을 때’라고 말하는 아빠들이 많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소원하다면 통장을 보여주는 일은 경제 교육을 넘어선 효과가 있다. 아빠 얼굴 보기가 힘들고 자주 놀아주지 못하는 것이 통장의 잔액을 ‘0’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