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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대선후보군 핵분열?

碧空 2006. 1. 10. 13:08
‘계산된 띄우기’ 與대선후보군 핵분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차세대 지도자 양성론’의 대상으로 지목한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유시민(柳時敏) 의원과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은 스스로 대권의 꿈을 키워온 인물들이다. 정동영(鄭東泳) 전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金槿泰)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그늘에 가려 있었지만 이들이 나름의 대권 도전 프로젝트를 가동해 왔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제2선 잠룡’들의 빨라진 행보=3명 중 가장 적극적으로 대권 도전을 준비해 온 사람은 천 장관이다. 2003년 여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개인 사무실을 내고 참모진을 모아 왔다.

천 장관의 행보는 지난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출신 고교인 목포고의 교지(校紙) 이름이 ‘잠룡(潛龍)’이라는 사실과 맞물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5월 지방선거를 전후한 시점에 당에 복귀할 계획. 차기 대권 레이스에 가세하기 위한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하면 이때에는 복귀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번 개각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세균 의원은 신중한 정치스타일만큼 가장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해 10월 당 의장으로 선출된 직후 그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나는 사심(私心)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이미 2002년 6월 전북도지사 경선에 도전하면서 ‘포스트 DJ(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를 노려 왔다. 도지사로서 실적을 내면서 DJ 퇴임 이후 무주공산이 될 호남지역의 맹주로서 차차기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경선 패배로 당시 정 의원의 복안은 차질을 빚었지만 지난해 1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그의 꿈은 재가동됐다.

당내 한 인사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정 의원은 원내대표가 되기 전에 이미 별도의 참모진이 있는 개인 사무실을 여의도에 마련해 놓고 중장기 전략을 준비해 왔다”고 전했다.

유시민 의원의 대권 도전기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2004년 초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에서 노 대통령과 친노(親盧) 직계그룹이 영남 출신인 유 의원의 대권 도전 문제를 논의한 것.

이 같은 의중을 파악했는지 2004년 총선 당시 유 의원은 측근들에게 “열린우리당은 반드시 깨진다. 차차기 대선에 출마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각카드로 확실히 도와 준다”=노 대통령은 이들이 정치적 고비에 서 있는 절묘한 시점에 이들을 ‘장관직 임명’이라는 카드를 활용해 철저하게 계산된 띄우기에 나선 모습이다.

2004년 말 국가보안법 등 ‘4대 입법’ 처리 무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게 된 천 장관은 사퇴 6개월 만인 지난해 6월 법무부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되살릴 수 있었다.

유 의원도 지난해 10·26 국회의원 재선거 이후 당내에서는 ‘왕따’ 처지가 돼 있던 차에 입각이라는 카드로 기사회생했다. 당 안팎에서는 “당내에서 유 의원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팽배했기 때문에 만일 유 의원이 당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식물 정치인’ 신세가 됐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유 의원 본인도 입각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 때문인지 자신의 입각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는 은인자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의원도 당 의장과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면 입각하고 싶다는 본인의 희망을 노 대통령이 십분 수용했다. 정 의원의 한 측근은 “차기 주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것이 싫지는 않다”며 “지방선거 이후 당의 상황에 따라 정 의원 본인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패러다임이 바뀌었다”=청와대 관계자들은 “과거처럼 대통령에 충성하는 특정 후보를 낙점(落點)하는 대선후보군 관리의 패러다임은 바뀌었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은 후보들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성패의 열쇠라는 이유에서다.

중립을 선언한 노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후보군 문제에 개입할 길을 열어놓은 것도 이 대목이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각료 임명권을 통해 특정 후보를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향후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놓으려 하지 않으려는 것도 후보군 관리 문제와 무관치 않다. 열린우리당의 분화(分化) 등 정계 개편의 향배는 후보군 재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정치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임기 후반 권력누수 현상을 막는 것이 선결 과제다. 후보군 다각화를 통해 후보 간 충성 경쟁을 유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