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名), 자(字), 호(號)는 어떻게 다른가?
이름(名), 자(字), 호(號)에 대하여...
1. 이름이란?...
우리가 어떠한 사물이나 대상을 언어적인 표현으로 나타날 때 이름(名辭, term)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이름은 꽃, 바다, 사람 등과 같이 다수를 지칭하는 개념일 수도 있고, 이순신(李舜臣), 서울 등과 같이 하나의 대상을 지칭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국한시켜 이름(名)이란 비록 동일한 이름이 있다 하더라고 하나의 이름에 하나의 대상인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며, 이 이름이 그 개인의 표상(表象)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즉 한 개인의 이름(名)은 그 사람의 전부를 겉으로 드러내게 되며 동일성(同一性, identity)을 표현하는 기호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름은 현대에 와서 행정적인 의미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며 호적제도와 더불어 한번 정하면 쉽게 바꿀 수 없어 일상생활에의 그 기능과 역할은 날로 증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름의 좋고 나쁨을 학문적(學問的)인 방법으로 접근하여 일상에 활용하는 것이 성명학(姓名學)이며 작명법(作名法)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름이 삼국시대(三國時代)부터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라(新羅)에는 박(朴) 석(昔) 김(金)의 3개의 성(姓)이 있었고 고구려(高句麗)와 백제(百濟)에도 10여 개의 성(姓)을 사용한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이름은 지배층들의 이름이었으며 모든 국민이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1894년 갑오개혁(甲午改革) 이후와 1909년 우리나라 최소로 호적법인 민적법(民籍法)이 시행되면서부터 일반 서민들까지 이름을 사용하고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이름에는 만해(萬海,卍海) 한용운(韓龍雲)선생님과 같이 이름(名)이외에 호(號)를 붙여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만해(卍海) 선생님의 자(字)는 정옥(貞玉)이며 속명(俗名)은 유천(裕天)으로 불려지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명(名)과 자(字)와 호(號)를 적절히 사용하여 이름 하나에서도 높은 품격(品格)의 문화(文化)를 사용해 왔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작금에 와서는 서양의 무분별한 문화 수용으로 인하여 낡은 구시대의 유물로 버려지고 있으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 자(字)...
우리의 전통 예법에 의하면 남자가 20세가 되거나 여자가 15세가 되면 요즘의 성인식(成人式)에 해당하는 관례(冠禮)와 계례가 있었는데, 이때 남자는 어른의 의복을 입히고 모자인 관(冠)을 씌우고 여자에게는 비녀를 꽂아 성년(成年)이 되었음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절차가 있었다.
이 관례(冠禮)가 행해질 때 비로소 성인(成人)임을 인정해 주기 위해 어린 아이의 이름인 아명(兒名)을 버리고 관자(冠字)라 해서 지어주는 이름이 바로 자(字)입니다. 자(字)가 붙은 이후로는 임금이나 부모 또는 웃어른에 대해서는 자신을 본명(本名)으로 말하지만, 동년배이거나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 대해서는 자(字)를 사용하여 명(名)과 자(字)를 구분하여 사용해 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부를 때에도 자(字)를 사용하는데 자기보다 손위 사람을 부를 때에는 자(字)를 사용하고 아래 사람은 본명(本名)을 사용합니다. 자(字)를 지을 때에는 본인의 기호나 윗사람이 본인의 덕(德)을 고려하려 짓는 경우가 많으며 때로는 장유(長幼)의 차례에 따라 정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字)를 부르고 사용함은 곧 성인(成人)이 되어 상호 예(禮)를 갖추고 품격(品格)을 지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3. 호(號)...
호(號)은 본명인 명(名)과 자(字) 이외에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지은 또 다른 이름으로 아호(雅號), 당호(堂號), 필명(筆名), 별호(別號) 등으로 부른다. 그리고 택호(宅號)와 시호(諡號) 예명(藝名) 또는 법명(法名)도 넓은 의미로 호(號)라 할 수 있다.
아호(雅號)는 문인(文人)이나 예술가(藝術家) 등의 분들이 시문(詩文)이나 서화(書畵) 등의 작품에 본명 이외에 우아한 이름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이름입니다. 이를 글쓴 사람의 이름이라 하여 필명(筆名)이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당호(堂號)란 원래는 당우(堂宇)인 본채와 별채에 따로 붙인 이름이었는데 이것이 그 집의 주인을 나타내는 이름이 되어 당호(堂號)가 이름인 본명(本名)에 대한 별칭으로 불려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별호(別號)은 본 이름 이외의 이름이라는 뜻으로 보통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용모 또는 특징을 따서 지어 부르는 별명과 같은 호(號)를 말합니다.
그리고 택호(宅號)는 어떤 이름 있는 사람의 가옥 위치를 그 사람의 호(號)로 부르는 것으로 ○○ 대감댁 등으로 불렀으며, 출가한 여인에게는 친정의 지명을 붙여 진주댁, 하동댁, 부산댁, 공주댁 등으로 불렀는데 이를 택호(宅號)라고 합니다.
법명(法名)은 승명(僧名)이라고도 하는데 불문(佛門)에 귀의하여 승려가 된 사람이나 또는 불법을 공부하는 신도에게 의식에 따라 속명(俗名) 대신에 지어준 이름을 법명(法名)이라 합니다.
그리고 시호(諡號)란 벼슬한 사람이나 관직에 있던 선비들이 죽은 뒤에 그 행적에 따라 왕(王)으로부터 받은 이름을 말하는데, 착한 행적이나 나쁜 행적에 따라 정하는 시호(諡號)를 달리하였는데 이는 여러 신하의 선악(善惡)을 구별하고 후대에 권장(勸奬)과 징계(懲戒)를 전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순신(李舜臣) 장군의 시호(諡號)인 충무공(忠武公)이 한 예라 하겠다.
점차 사회의 계층이 확대되고 계층간 또는 상하간 만남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이름의 사용이 일반화되었는데 성인(成人)의 본명(本名)은 부모와 스승 등 윗사람이 아니면 함부로 부를 수 없게 되자 더욱 호(號)의 사용이 촉진되어 일반화되게 되었습니다. 이 결과 후세인들도 선인들의 본명(本名)이나 자(字)보다는 호(號)를 더 많이 부르고 사용하게 되었다.
이러한 여러 이름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옛 성인들은 이름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가 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름이나 집안의 문중(門中)에 누(累)를 끼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삼갔음은 오늘날의 우리가 많이 본받아야 할 문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각종 언론 등에서 DJ니 YS니 하는 말을 들으면 언론의 역할과 관계자들의 교양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실감하게 되며 또한 아름다운 우리 문화가 사라져 감을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 옮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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