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가치에 기반한 ‘새 통일방안’ 제시하길
조영기 /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총장·
통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를 주문하자 자유주의 철학을 반영한 새로운 통일 구상을 마련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데 따른 대응 성격이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수정·보완해 자유·민주·인권 등의 헌법적 가치에 기반을 둔 통일 한국을 완성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기념사를 보면 통일 의제를 ‘민족 통일’에서 ‘자유 통일’로 획기적으로 전환하고, 통일의 의미와 방향을 재정의했다. 특히 내년이면 분단 80주년이 되는데 민족의 의미가 크게 훼손되고 오염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방향 전환은 다행스럽다. 사실 주권 재민(在民)의 대한민국 한민족과 주권 부재(不在)의 북한 ‘주체 민족’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이는 민족이 통일의 연결 고리 역할을 이미 상실했다는 의미이며, 그에 따라 새로운 통일 방안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 ‘두 국가론’은 무력 적화 속내
우리에겐 자유 통일의 기회 분명
자유·민주 지속되는 통일로 가야
통일은 동일한 이념과 가치를 바탕으로 정치 공동체가 형성돼야 한다. 하지만 이념과 가치가 다른 남북의 경우 체제 선택의 문제가 생긴다. 즉, 어떤 기준에 의해 체제를 선택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 기준은 통일이란 단어 속에 해답이 있다. 통일은 분단을 종식한다는 의미에서 ‘분단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며, 통일 이후에도 통일 국가를 계속 영위해 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통일 현실의 지속’이다.
여기서 통일은 어떤 체제를 부정하고, 어떤 체제를 지속해 가야 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따라서 통일 한국은 체제 선택의 문제가 명확하다. 통일 한국의 체제는 주체사상에 기반을 둔 북한의 전체주의가 아니라, 자유에 기반을 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로 가야 한다. 그래야 통일이후의 삶이 훨씬 나아진다.
자유가 통일의 기반이 돼야 하는 까닭은 명확하다. 인류 역사를 봐도 어떤 가치나 이념보다 자유야말로 인간 삶의 질을 더 향상하고 더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자유의 창의성과 발전성은 이미 입증된 역사다. 위성에서 바라본 한반도 야경 사진이 자유의 위대함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자유는 민주와 평화·인권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이 더 위대하다. 그래서 자유 기반의 통일 한국은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다.
분단국가는 자기 주도의 통일을 추구한다. 그래서 1994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마련하고, 그 방안을 실행하려고 북한과 대화 및 협상을 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이념과 가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새로운 통일 방안을 강구할 필요성이 줄곧 제기돼 왔다.
MZ 세대에서는 그냥 분단 상태로 가자고 주장하지만, 북한이 핵으로 적화 흡수통일을 노리니 영구분단론도 비현실적이다. 연말 연초에 김정은은 ‘적대적 두 국가 체제’를 들고 나왔다. 적대적이라는 단어가 위협적이다. 기존의 기만적 화해 협력에 기반을 둔 평화 통일이 불가능하니 ‘핵무기에 기반을 둔 무력 적화 흡수 통일’로 통일을 완성한다는 뻔한 속내를 드러냈다. 기댈 것은 핵무기밖에 없다는 토로인 셈이다.
자유가 없는 북한 주도의 통일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의 두 국가 체제론은 우리에겐 자유 통일의 기회다. 꾸준히 통일 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가 오면 잡아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자유 통일을 위해 대내적으로 자유의 가치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풍성하게 해야 한다. 자유가 발전의 동력이고 평화의 수호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유로 발전과 평화의 길을 찾으면 김정은은 갈수록 주눅이 들 것이고, 북한 주민들은 자유를 그리워할 것이다. 다음 수순으로 자유를 북한으로 확산해 북한 주민이 자유의 소중함을 자각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유·민주·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전달하는 북한 정보화에 집중해야 한다.
북한 정보화는 자유 통일을 위한 정신적 가치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정신적 지원이라 할 수 있다. 정신적 지원이 누적되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상식이 되고 자유 통일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자유 통일은 분명 우리의 문제이지만, 자유 세계의 협력과 연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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