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유물 간직한 가야고분… 1500년 전 고대역사 숨쉰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된 가야고분군
김해만 중심으로 해상왕국 발전
서역 등 당시 세계 선진국과 교류
“고분군은 지금의 국립현충원 역할
최소 3000기 추정… 체계적 관리를”
경남 함안군 말이산고분군. 산 능선 52만여 ㎡에 100기가 넘는 1∼6세기 고분이 분포하고 있다. 옛 아라가야 집권층의 무덤들로, 토기와 철기 장신구 등 약 8000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문화재청 제공2021년 경남 함안 말이산고분군의 북쪽 지역과 75호분에서 약 2cm 크기 푸른색 ‘로만 글라스(Roman glass)’ 2점이 각각 발굴됐다. 고대 가야(1세기∼562년)의 여러 나라들 가운데 아라가야가 있던 말이산에서 로마제국에서 생산된 유리 제품이 처음 나온 것이다. 아라가야가 중국을 거쳐 서역과 교류했다는 걸 보여주는 유물로 평가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17일(현지 시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가야고분군’의 여러 면모를 살펴봤다.
함안 말이산고분군에서 출토된 ‘로만 글라스’.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고분군이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한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평가했다. 고분군은 연맹 형태로 추정되는 여러 가야 사이의 교류뿐 아니라 당대 다른 여러 나라들과의 다채로운 교류상을 보여준다.
지산동고분군에서 나온 ‘삼엽문 환두대도’ 자루 머리.대가야 권역의 경북 고령 지산동고분군에서 출토된 ‘삼엽문 환두대도(蔘葉文 環頭大刀·자루 머리에 삼 잎 모양 장식이 있는 칼)’는 신라와의 교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삼 잎 문양의 칼자루는 대부분 신라 유물에서 확인된 형태로 대가야가 신라와 군사동맹과 결혼동맹을 맺었음을 뒷받침한다.
중국제 연꽃잎무늬 청자그릇.경남 김해 대성동고분군 출토 청동 정(鼎)과 칠기로 만든 부채, 칼집은 한나라 유물로 중국과의 교류를 보여준다. 말이산고분군 75호분에서 출토된 중국제 연꽃잎무늬 청자그릇 1점(5세기 제작) 역시 아라가야가 당대 중국과 활발히 교류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영식 인제대 인문문화융합학부 교수는 2019년 논문에서 “가야국이 김해만을 항구로 해상왕국을 발전시키며 당대 선진국과 교류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학계에선 가야고분군이 집단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동석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2019년 논문에서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을 포함해 낙동강의 지류인 남강 상류 권역에 존재하는 가야고분 115기의 고도를 모두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고분군의 71%가 구릉지(49%)와 산악지(22%) 등 고지대에 있다는 걸 밝혔다. 이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다른 가야고분군 6곳 역시 대체로 구릉 정상이나 산 능선 등 취락지보다 높은 고지대에 만들어졌다.
강 교수는 “가야고분군은 오늘날의 국립현충원과 같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며 “군사·행정의 수장과 그 가문을 기림으로써 정치권력의 위상을 강조하고 집단의 공동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지대에 고분군을 조성한 것”이라고 추론했다.
이번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경북 고령 지산동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까지 7곳이다. 국내 가야고분은 적어도 3000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가야고분군에 대한 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등재를 결정하면서 고분군 내 민간 소유 부지와 완충구역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보존하고, 고분군 7곳의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할 것을 권고했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고분군 관리·정비를 체계화하는 로드맵을 국가 주도로 구상해 가야고분군의 세계사적 의미를 드러내고 지켜야 한다”고 했다.
김해만 중심으로 해상왕국 발전
서역 등 당시 세계 선진국과 교류
“고분군은 지금의 국립현충원 역할
최소 3000기 추정… 체계적 관리를”
● “해상왕국 교류 보여줘”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고분군이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한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평가했다. 고분군은 연맹 형태로 추정되는 여러 가야 사이의 교류뿐 아니라 당대 다른 여러 나라들과의 다채로운 교류상을 보여준다.
● “오늘날 국립현충원 같은 역할”
학계에선 가야고분군이 집단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동석 동국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2019년 논문에서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을 포함해 낙동강의 지류인 남강 상류 권역에 존재하는 가야고분 115기의 고도를 모두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고분군의 71%가 구릉지(49%)와 산악지(22%) 등 고지대에 있다는 걸 밝혔다. 이번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다른 가야고분군 6곳 역시 대체로 구릉 정상이나 산 능선 등 취락지보다 높은 고지대에 만들어졌다.
강 교수는 “가야고분군은 오늘날의 국립현충원과 같은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며 “군사·행정의 수장과 그 가문을 기림으로써 정치권력의 위상을 강조하고 집단의 공동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고지대에 고분군을 조성한 것”이라고 추론했다.
● “통합 관리 체계 구축해야”
이번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경북 고령 지산동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까지 7곳이다. 국내 가야고분은 적어도 3000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가야고분군에 대한 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등재를 결정하면서 고분군 내 민간 소유 부지와 완충구역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보존하고, 고분군 7곳의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할 것을 권고했다. 이한상 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고분군 관리·정비를 체계화하는 로드맵을 국가 주도로 구상해 가야고분군의 세계사적 의미를 드러내고 지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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