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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이란?

碧空 2022. 8. 26. 10:40

도올 김용옥 "대선때 주역 오해 생겨…

      점쟁이·사주 상관 없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도올 김용옥(74) 선생을 만났다. 그는 최근 『도올주역강해』(통나무출판사)라는 두툼한 책을 썼다. 『논어』 『중용』 『맹자』 『대학』 『효경』 『노자』 『동경대전』 등 동양사상과 국학사상을 주유하던 그가 드디어 『주역(周易)』을 건드렸다.

공자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열독했다는 ‘주역’은 ‘군경지수(群經之首)’라고도 불린다. 경전을 통틀어 최고라는 뜻이다. 그런 『주역』을 도올은 어떻게 풀어냈을까. 흰 두루마기 차림으로 마주 앉은 그에게 물었다.

중국 주나라 인문주의의 결정판
‘내 안의 신’에 대한 자문자답

384개 효사에 삶의 모든 것 녹여
천당·지옥 등 초자연적 개념 부정

상황·사람에 따라 다른 ‘열린 해석’
미래·운명은 스스로 찾아가는 것

선거 때마다 주역에 대한 오해 생겨

 

동양사상과 국학사상을 두루 파고 들던 도올 김용옥 전 교수가 마침내 동양사상의 정수로 꼽히는 『주역』을 풀었다. 그는 “주역을 풀이한 저작들에 기대지 않으면서도, 주역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왜 『주역』인가.
“주역은 원래 나의 본령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왕선산의 주역사상’을 주제로, 주역 해석의 신기원을 수립한 17세기 동아시아의 철학적 사유를 총정리한 바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주역에 대한 오해가 자꾸 생겨나더라. 그걸 바로 잡고 싶었다. 이번 기회에 주역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본래 모습이 뭔가.
“주역에는 역경(易經)과 역전(易傳)이 있다. 경(經)은 몸뚱이, 전(傳)은 그 몸뚱이에 달린 날개다. 역경이 본래의 텍스트라면, 역전은 그걸 전하기 위해 풀이한 저작들이다. 주역에는 열 개의 역전이 있다. 그걸 ‘십익(十翼)’이라 부른다. 역경을 풀어내는 열 개의 날개다. 공자가 썼다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공자학파의 저작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역경과 역전을 혼동한다. 이 책은 가능한 역전의 풀이에 의존하지 않고, 역경의 오리지널한 모습을 전하고자 했다.”
오리지널한 모습이라면.
“역경의 본래 모습은 어설픈 수리·상수·명리·방위·사주팔자 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들은 주역과 하등의 상관이 없다. 이런 것들은 한(漢)나라 이후에 생겨났을 뿐이다.”
 

 

이 말끝에 도올은 “역경의 핵심이 일차적으로 점서(占書)임은 틀림없다. 점은 고대 국가에서 나라의 큰일을 예측하는 제사 중의 하나였다. 주로 거북의 배딱지나 소의 어깨뼈를 활용해 점을 쳤다. 거북의 배딱지를 갑(甲), 소의 견갑골을 ‘골(骨)’이라 부르는데, 그걸 합쳐서 ‘갑골’이라 한다. 갑골에 새긴 점에 대한 기록이 바로 갑골문자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한자의 조형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점의 형식 빌린 신에 대한 질문

중국 고대 문명은 하(夏)나라·은(殷)나라·주(周)나라를 일컫는다. 그중에서 왜 주역인가.
“하나라·은나라의 역이 아니라 주나라의 역이기 때문이다. 주나라는 인문주의 문명이었다. 주공에 의해 공자까지 내려오는 그 전통이 주나라다. 그래서 주나라의 역에서 점의 성격이 인문화했다고 보면 된다.”
점의 성격이 인문화했다. 어떤 뜻인가.
“인문화한 주역에는 점쟁이가 없다. 다시 말해 중간자가 없다. 자신의 미래 운명을 누군가에게 물어서 답을 얻는 방식이 아니다. 내가 처한 실존적 상황에 대해 상당한 어려움을 느낄 때 자신이 직접 신에게 묻는 식이다. 그런데 그 신은 타자화한 신이 아니다. 내 안의 신이다. 한마디로 깊은 자문자답이다. 인문화한 주역은 그 자문자답을 위해 점의 형식을 빌릴 뿐이다.”
그럼 주역에서 나온 괘를 맹목적으로 믿는 게 아닌가.
“물론이다. 주역은 산대(점을 치는 수단인 띠풀)를 조작해서 6효(六爻)를 얻는다. 64괘의 한 효마다 6효가 있기에 결국 384효가 된다. 인간의 물음에 384개의 답이 있는 셈이다. 이 384개의 효사에는 우주의 모든 가능성이 들어 있다. 인간의 삶과 세상에서 가능한 모든 양태가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384개의 짧은 메시지는 ‘단절된 언어’로 돼 있다.”
단절된 언어라는 게 뭔가.
“가령 내가 산대를 조작하여 한 효를 얻었다. 그 효에는 짧은 메시지가 붙어있다. 그런데 그 메시지에 일관된 논리가 있는 게 아니다. 메시지는 단절적이고 우발적이며 열린 언어로 돼 있다. 그래서 무한한 대입과 무궁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여기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게 명상이나 궁리다. 6효를 자신이 처한 실존적 상황에 비추어, 단절된 언어에서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한다.”

주역이 종교가 되지 않는 이유

그 과정은 명상이나 궁리, 혹은 참선이나 묵상과 일맥상통하지 않나.
“그렇다. 주역의 본래 모습에는 그런 핵심적 요소가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그걸 생략한 채 주역을 그저 점치는 책으로만 보고 있다. 나는 주역이야말로 인문학의 성전이라고 생각한다. 점쟁이들의 예언서가 아니라, 우리를 끊임없이 자기 실존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소중한 경전이다. 생각해보라. 만약 주역이 그저 예언서에 불과했다면 동양 문명의 전체 수준이 저열해지지 않았겠나.”
우주의 이치를 담은 책을 ‘경(經)’이라 부른다. 주역은 왜 종교가 되지 않았나.
“주역에는 일체의 초자연적인 사태가 없다. 너는 천당에 갈 것이다, 혹은 너는 지옥에 갈 것이란 말도 없다. 또 타자가 와서 너를 구원할 것이란 이야기도 없다. 이런 것들이 없기에 주역은 점서임에도 종교를 탄생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주역은 우리에게 ‘너의 실존의 의미가 무엇인가’라고 되묻는다.”
주역은 고대의 점으로부터 출발했지만, 결국 우주론적인 철학으로 발전한 건가.
“그렇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계사(繫辭)’이다. 십익 중 하나인 ‘계사’는 위대한 문헌이다. 주역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철학이다. 태극, 양의, 음양, 생생, 일신, 형이상, 형이하 등의 우주론적 개념이 다 ‘계사’에서 나왔다. 우리 태극기에도 주역의 우주관이 다 담겨 있다.”
태극기에 담긴 주역의 우주관, 어떤 건가.
“태극기 자체가 우주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태극은 문자 그대로 큰 극이다. 극은 리미트(limit·한계)도 되고, 리미트리스(limitless·무한)도 된다. 그게 우주다. 서양 사람들은 그걸 신비화했다. 태극이 하느님이라든가, 알라라든가, 인간을 넘어선 절대자로 실체화했다. 반면 동양인은 달랐다.”
동양인은 어떻게 달랐나.
“동양인은 그걸 방대한 음양의 변화로 봤다. 태극기의 가운데를 보면 음과 양, 파랑과 빨강이 서로 맞물려서 돌아간다. 태극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중앙의 태극이 바람개비처럼 돌아가고 있다는 걸 안다. 누가 농담조로 묻더라. 북한이 빨강, 남한이 파랑인 거냐고. 그런 게 아니다.”

하늘과 땅, 불과 물의 만남

태극기 둘레의 사괘(건·곤·감·리)는 무엇을 뜻하나.
“대한제국의 태극기 모델 중에 팔괘를 다 그린 것도 있었다. 이걸 간단하게 사괘로 집약했다. 우선 하늘과 땅을 건괘와 곤괘의 대칭으로 놓았다. 그다음에 감괘와 리괘가 들어갔다. 감은 물이고, 리는 불이다. 생명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불은 위로 올라가는 속성이 있고, 물은 아래로 내려가는 속성이 있다. 그럼 둘은 만날 수가 없다. 태극기에서는 물이 하늘의 자리에 가 있고, 불이 땅의 자리에 가 있다. 그럼 둘이 만날 수 있고,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

도올은 “태극기의 이런 원리는 동양의학에서 말하는 ‘수승화강(水升火降, 사람의 몸은 물기운이 위로 올라가고, 불기운이 아래로 내려가야 건강하다고 봄)’의 이치와도 통한다. 『황제내경』(동양의학의 바이블로 불리는 고대 의학서)도 주역의 원리로 만든 거다”라며 “세계 문명사에서 주역 이상의 고전은 없다. 모든 경전의 으뜸이다”고 강조했다.

주역이 왜 모든 경전의 으뜸인가.
“이 텍스트를 읽을 때마다 잘 모르겠으니까. 그래서 나를 경건하게 만드니까. 그러면서도 겁을 주지 않으니까. 겁을 주지 않는데도, 내가 경건해지니까. 내게 주역이 모든 경전의 으뜸이다.”
 
백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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