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舊야! 나 먼저 간다.
어제 밤 어느 선배님께서 아버님에
대한 추억 하나를 얘기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친한 친구 한 분이 계셨답니다.
늘 형제같이 살았던 친구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친구 분이 87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기
한 시간 전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답니다.
"친구야! 나 먼저 간다!"하고.
당시에 거동이 불편했던 아버지는
그 전화를 받고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리더랍니다.
나 먼저 간다는 그 말 속에는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도 들어있었겠지요.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도 들어있었겠지요.
그 전화를 받은 아버님은 일어날 수가 없으니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리고...
그리고 정확하게 한 시간 후에 친구 분의 자제로부터
아버님께서 운명하셨다는 연락이 왔다고 하네요.
내가 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 먼저 간다고 작별인사를 하고 갈 수 있는 친구.
우리에게 그런 친구 한 사람만 있으면
그래도 우리 삶은 괜찮은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얘기를 하면서 선배는
"너는 누구에게 전화할건데?" 하고 묻습니다.
그 질문에 너무 많은 것인지 너무 없는 것인지
즉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누구에게 "친구야! 나 먼저 간다."고 전화를 해 줄까?
내가 자리 잡아 놓을 테니 너는 천천히 오라고,
누구에게 전화를 해 줄까?
친구도 좋고 선배도 좋고 후배도 좋고
님은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삶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시겠습니까?
꽃 한 송이, 사람 하나가 내 마음에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으면
잠시 삶의 발걸음을 멈추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까운 곳에 아름답고 소중한 벗들이 많은데
우리는 그것을 못 보고 끝없이 다른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내 곁을 지켜주었던 사람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줄 사람.
그 사람이 직위가 높든 낮든그 사람이 가진 것이 있든 없든,
내가 그 누구보다 소중하게 대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곧 운명할 내 친구가 떠나는 그 순간에 나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도록 오늘도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꾸준히 그러한 삶을 살다보면 나 먼저 간다고 전화해 줄 수 있는
그런 고운 친구가, 후배가, 선배가 나에게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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