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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양복만 만들고 현대는 길만 닦으란 말인가?

碧空 2012. 9. 22. 11:24

"경제민주화 논의 과정에서 소위 핵심역량만 강조하는데 그럼 삼성은 양복하고 설탕만 만들고 현대는 길만 닦고 있었을 것이다"

"소위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도 국민의 지원 위에서 큰 것이 사실 아니냐. 이를 인정해야 한다"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가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그 대상이 삼성 사장단이어서 다소 특별했다.

장 교수는 19일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에서 참석,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장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재벌에 대한 비판이 급속히 강화됐고 초점은 소위 주력업종 이외에 다각화했다는 것과 왜곡된 소유구조에 맞춰져 있다"며

"하지만 비판의 근본논리는 주주 자본주의지만 뜯어보면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기업이)라면부터 미사일까지 만든다고 (비판)하는데 대부분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 다 있는 현상"이라며 "핵심역량만 강조하면 삼성은 아직도

양복하고 설탕만 만들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사업영역을 확장한 것을 '문어발 경영'나 '선단 경영'으로 비판만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장 교수는 또 "기업들이 비관련 사업으로 확장한 것은 정부가 하라고 떠맡긴 경우도 있고 역사성이 있는 것"이라며 "당시에는 지주회사도 금지되고

교차소유도 금지된 상황이어서 다각화를 하려면 순환출자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상황을 현재의 잣대로 재단해서 나쁘다고 지적하는 것은 '역사성'을 무시하는 일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대기업들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장 교수는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도 국민의 지원 위에서 큰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 대기업들도 관세 정책 등

자국 산업보호 정책 아래에서 성장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주주 자본주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적 대타협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사회는 대기업의

지배구조 등을 단기간에 뜯어 고치려 하기 보다는 역사성을 인정하고 대신 기업들은 사회공헌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제기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장 교수는 "경제민주화라는 것이 주주 자본주의 논리에 기초한

재벌 개혁인데 이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논의가 나오게 된 배경은 결국 '대기업들이 혼자 큰 게 아니다'라는 인식에서 나왔으니 (대기업들이)이런 문제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경제민주화란 시민권에 기초한 보편적인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란 정의도 내놨다. 장 교수는 "스웨덴처럼 복지가 성장의 바탕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복지를 강조하면 성장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보편적인 복지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금을 바라보는 시각이 세율이 몇%이냐에 집중하지 말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쓸 수 있느냐로 바뀌어야 한다"며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정부가 효율적이고 정부의 실패가 없이 잘 쓰인다면 성장의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