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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통의 /사헌부 /이덕일

碧空 2011. 4. 20. 23:15

조선의 최고 권력기관은 사헌부(司憲府)였다. 『경국대전』은 사헌부에 대해 “현행 정사에 대해 논집(論執)하고 백관을 규찰하고, 풍속을 바로잡고,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풀어주고, 참람하고 거짓된 것을 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정사를 논집하는 기능이 탄핵권과 언론권인데, 일단 탄핵당하면 사실이든 아니든 무조건 사직하는 것이 관례였으니 아무리 높은 벼슬아치라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백관을 규찰하고 풍속을 바로잡고, 원통하고 억울한 일을 풀어주는 등의 임무는 현재의 검찰과 비슷하다. 사헌부의 수장인 대사헌(大司憲)은 종2품으로서 차관급에 불과했지만 심지어 임금에게도 맞서는 기개가 있었다.

 사헌부는 내부 위계질서가 엄격하기로 유명했다. 『연려실기술』 ‘관직전고(官職典故)’는 “지평(持平 : 정5품)은 뜰에 내려가서 장령(掌令 : 정4품)을 맞았고, 장령은 집의(集義 : 종3품)를 또 그와 같이 맞았으며, 집의 이하는 모두 내려가서 대사헌을 맞는 것이 상례(常例)였다”고 전하고 있다. 내부 위계질서는 엄격했지만 업무는 민주적으로 처리했다. 사헌부의 두 청사(廳事)가 다시(茶時)와 재좌(齋坐)인데, 관원들이 모여 다례(茶禮)를 행하면서 업무를 협의해 처리한 데서 생긴 이름일 정도로 민주적 원칙을 지켰다.

 문제가 있으면 수장인 대사헌일지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명종 16년(1561) 4월 사헌부는 “대사헌 송기수(宋麒壽)가 상소를 올릴 때 거론해야 할 장본인이 있는 줄 알면서도 거론하지 않았다”면서 파직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송기수가 상소를 올리면서 명종 비 인순왕후 심씨의 외숙 이량(李樑)과 명종의 모후인 문정왕후의 동생 윤원형(尹元衡)을 직접 거명해 탄핵하지 않았으니 파직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권력실세의 눈치를 본 대사헌을 다른 사헌부 관원들이 직접 탄핵한 것이었다.

 ‘관직전고(官職典故)’는 사헌부 관원이 “정색하고 조정에 서면 모든 관료가 떨고 두려워한다”고 전하는데, 종2품 관청으로서 백관을 떨게 하는 권위는 여기에서 생긴 것이다. 사헌부 정6품 감찰(監察)에 대해서는 “남루한 옷에 좋지 않은 말과 찢어진 안장, 짧은 사모에 해진 띠를 착용한다”고 전한다. 사법기관의 진정한 권위는 조선의 사헌부처럼 고위직일수록 더욱 엄격하게 수사하고 자신도 혹독한 도덕성을 갖추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현재의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덕일 역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