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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碧空 2008. 6. 16. 23:51


물안개


우리의 허우대(許友大)선생은 이름 그대로 허우대도 멀쩡하고 입심도 좋아 언제나 좌중을 휘어 잡으며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노인의 까탈스러움은 찾을 수가 없다.

음식이 짜다고 하면 물을 더 부어 먹고,
싱겁다고 하면 소금을 더 넣어 먹으면 되지
무슨 투정이 많으냐고 허허 웃어 넘긴다.

또 여자만 보면 미인이라며 추켜 세우고 한마디 말이라도 걸어 보고 싶어 안달을 한다.

오늘도 인생은 즐거운 거야 하며 작은 배낭을 메고 팔공산 염불암을 향해 계곡을 따라 천천히 산에 올랐다.
솔바람이 싱그러웠다. 노란 송화가루가 날리는데 송진 냄새가 좋았다.
물소리를 따라 한참 올라 가는데 넓은 골짜기 물 가에 여인들 셋이 동양화 그리기를 하고 있었다.

허우대 선생이 이 좋은 풍경을 놓칠 수 없었다.
여인 셋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함께 시간을 보내자며 너스레를 떨자 여인들은 좋다며 끼워 주었다. 서로 통성명을 했다.

 

40대 여인은 함줄래, 50대 여인은 안줄래,
60대는 막줄래라며 서로 자기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자 이왕지사 전화번호도 알고 서로 연락도 하자며 핸드폰을 꺼내자 여자들은 순순히 번호도 입력시켜주었다.
물론 허우대 선생도 자기 폰 번호를 일일히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점 백짜리 고스톱을 쳤다.
돈을 딴 사람에게는 장원주라며 술을 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 무렵이 되자 허우대 선생은 술도 얼큰하자 본색이 발동하여 40대 함줄래에게 하산하여 모텔에 가서 쉬어가자고 수작을 걸었다.

 

그러자 함줄래는 한마디로 "택시" 하며 웃었다.
허우대는 택시(택도 없다....시발놈!!)라는 말의 뜻을 알기에 머슥해져 50대 안줄래여사에게 다시 작업을 걸었다.

안줄래 배시시 웃으며 "물안개" 라고 했다.
허우대는 물안개 라는 대답에 작업이 성공되었다고 혼자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안줄래의 벗은 여체를 상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안줄래는 "물안개는 물론 안되지 개새끼"라며 까르르 넘어가듯 웃었다.

허우대 선생은 뽑았던 칼을 다시 넣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60대 여자에게 하산해서 모텔에서 좀 쉬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60대 막줄래 여사가 수줍은 듯 "물안개" 라고 했다.
허우대 선생은 그럴테지 아무리 막 가는 세상이지만 여자들이 그리 호락할까보냐 하는 생각이 들어 얼른 배낭을 챙겨 산을 내려 왔다.

 

한참 산을 내려오는데 안주머니에 넣어 둔 폰이 부르르 떨었다.
허우대 선생이폰을 받았다.

"아까 만난 막줄래인데요
물안개는 안줄래가 말 한 그런 뜻이 아닌데 왜 그냥 가세요?"
"그럼 무슨 뜻인가요?"

 

"물이 안나오도 개안십니꺼?"

솔바람이 솨아하니 귓전을 스치며 지나갔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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