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대에 결혼식 사회를 12 번 본적이 있다.
60대에 들어와서는 결혼식 주례를 6 번 보았다.
사회와 주례의 다른 점은 내가 하는 말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
결혼식 사회는 주례와 눈맞춤을 하면서 정해진 말 만 차례에 따라 실수 없이 하면 무난하게 끝난다. 내가 하는 말의 내용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러나 주례는 주례사라는 시간이 배정되어 있고 내용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그 시간을 주례는 자기의 주관으로 말로써 소화시켜야 한다.
주례사의 내용도 짝을 맺는 신랑신부에 따라서 달라져야 하고 시대배경에 따라서 달라져야 하고 사고의 변화와 생활양식의 변화에 따라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주례사는 매번 달라진다.
처음 몇 번은 양가의 소개와 신랑신부의 학력 등을 포함 시켰지만, 시대정신에 따라 원천적으로 배제시키는 원칙을 세웠다.
얼마 전 나는 다음과 같이 주례사를 한 일이 있다.
김00 신랑과 이00 신부의 화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결혼은 왜 합니까? 하고 물어보면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이를 낳기 위해서” 라고 대답합니다.
결혼 안 하면 아이를 낳을 수 없습니까?
어떤 사람은 “서로 사랑하니까” 라고 대답합니다.
결혼 안 하면 서로 사랑 하지 못합니까?
정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결혼은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결혼의 목적은 가정에 있습니다.
결혼은 가정을 창조하기 위하여 하는 것이며, 가정을 수호 하기 위하여 하는 것입니다.
오늘, 신랑 신부 두 분은, 이제 막 가정을 창조 했습니다.
가정을 만들기 위하여 신랑 신부는 건강하게 성장 하였고, 세상 공부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가정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삶의 보금자리 입니다.
가정은 사회의 근본이고, 나라의 초석입니다.
두 사람은 오늘부터 두 사람이 만든 가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그러면, 파수꾼이 꼭 지켜야 할 수칙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먼저 부부간에 대화를 잘 해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끼리의 대화에는 규율이 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늘어 놓는 것은 대화라 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입은 하나인데 귀는 둘 있습니다.
한마디를 하면 반드시 두 마디를 들어야 하도록 인체는 설계되어 있습니다.
말은 해야 합니다. 그러나 말은 상대방 얘기를 먼저 듣고 이해 한 뒤에 해야 합니다.
서로 상대방 얘기를 더 많이 들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부부간에 역할을 잘 해야 합니다.
가정을 만들고 나면 가정만이 가질 수 있는 일이 생깁니다.
가정의 일은 모두 가정을 아름답게 하고, 가정을 기쁘게 하고, 가정을 즐겁게 하고, 가정을 행복하게 하는데 필요한 요소입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요리, 청소, 세탁, 육아 등의 일이 새로 생깁니다.
이 4가지 일은 가정을 꾸려나가고, 가정을 지키기 위하여 결코 피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역할이고 삶의 공부입니다.
이 두 사람의 역할이 균형을 잡지 못하면, 가정은 상처를 입게 되고, 더 나아가서 파손될 위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위의 4 가지 일은 남편만의 일도 아니고, 아내만의 일도 아닙니다.
부부가 의좋게 공동으로 맡아야 하는 생활의 공부이고 인생의 내용입니다.
가정은 가정을 창조한 사람, 즉 남편과 아내가 평생 가꾸고 지켜야 할 ‘부부의 세계’ 이고, 두 사람이 손 잡고 해결해야 할 ‘삶의 숙제’ 입니다.
부부는 이런 삶의 숙제를 통하여 인생은 재미 있구나, 인생은 아름답구나, 인생은 고맙구나,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구나, 인생은 서로 도우면서, 서로 섬기면서, 서로 배려하면서 사는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남자는 원대한 꿈이나 어떤 목표의 달성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나, 여자는 사소하고 알뜰하고 소박한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경향이 강합니다.
남편이 아내를 고급 레스토랑에 초대하여 한끼 식사하는 것도 좋지만, 가정 일의 기본 요소인 요리, 청소, 세탁, 육아 와 같은 일을 적극적으로 거들어 주는 것이, 아내에게는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 부부간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부부간에는 “나는 당신을 사랑해” 라는 말 만으로는 99% 부족합니다.
부부간에는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무조건 칭찬하고 격려할 줄 알아야 합니다.
부부간에는 푸념, 험담, 한탄, 짜증은 백해무익 합니다.
우리가 생활 하다 보면 우리 삶의 현실은 사실 짜증스럽고 부정적인 현상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푸념과 한탄이 습관적으로 입에 붙어 있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걸 보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밖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이 아무리 짜증나더라도 결코 아내 앞에서 들어내 놓고 한탄하지 말아야 합니다.
두 사람이 만든 아름다운 삶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하여 남편은 절대로 푸념, 불평, 험담, 비관, 비난을 멀리해야 합니다.
아내 앞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주지 말아야 합니다.
혹자는 얘기 합니다. 살다 보면 짜증스러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이런 것을 아내한테 부리지 않으면 누구한테 할 수 있겠느냐고 합니다.
일이 고달프다, 봉급이 적다, 벌이가 시원찮다, 놀 시간이 없다,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등 사회생활 하면서 짜증나는 일이 물론 많지만, 이런 문제들은 푸념한다고 해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내에게 늘어 놓으면 듣는 사람도 덩달아 기분이 우울해 질 뿐 입니다.
만약하고 싶으면 목욕탕에서 혼자 실컷 하십시오. 오히려 그쪽이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남자는 언제나 긍정적이고 밝은 태도를 아내 앞에 보여 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바르고 밝고 따뜻한 태도를 사랑하는 아내에게 보여 줌으로서 남편은 아내의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내는 어떻게 해야 사랑하는 남편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겠습니까?
가정은 남편 혼자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내는 가정을 꾸리고 지키기 위하여 불필요한 비교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가정과 남편을 친정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시댁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이웃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친구의 가정이나 남편과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인생은 독자성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입니다.
인생에 차이는 언제나 있는 것입니다.
차이는 당당하게 인정하고 당당하게 헤쳐 나가야 합니다.
차이를 인정할 때 우리의 삶은 다양해 지고 우리의 앞날은 발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내는 남편에게 평생 신뢰를 보내고, 위로와 격려와 칭찬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남편이 어려운 고비에 처해 있을 때는 아내의 한 마디 말이 남편의 힘을 북돋우는 원동력이 되고 자양분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남편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아내의 태도 입니다.
이상으로 가정을 지키는 수칙 몇 가지를 말씀 드렸습니다.
오늘 제 앞에 있는 이 한 쌍의 신혼부부를 바라보니까 희망에 벅찬 모습이 어떠한 어려움이라도 해결해 나갈 자신감이 넘쳐 나고 있습니다.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참으로 믿음직스럽습니다. 참으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례객의 수준이 높고 경청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어 있다면 조금 더 시간을 써도 무방할 것이다.
(And Or Alternatively)
본 주례는 한 가지 더 화목한 결혼생활의 비결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신혼부부는 같은 가치관을 가지십시오.
남편과 아내가 동일한 가치관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남편과 아내가 같은 가치관을 가지지 못한다면 결혼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녀가 태어나면 남편과 아내는 제각기 자기 가치관, 자기의 믿음에 따라 자녀를 키우려고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중간에 낀 자녀는 결국 혼란이 오고, 양쪽 모두를 거부하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기 쉽습니다.
이 같은 어려움은 동일한 가치관을 부부가 공유 함으로서 쉽게 예방할 수 있습니다.
둘째, 신혼부부는 서로를 용서하십시오.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시작하면 결혼생활에 금이 갑니다.
사람은 모두 불완전 합니다. 따라서 모두 불완전한 남녀와 결혼 합니다.
당장 내 자신이 많이 모자라는 존재입니다. 자신이 모자라는데 어찌하여 상대방을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용서하는 태도는 수많은 비난의 화살을 원천적으로 봉쇄합니다.
이것이 부부를 하나로 묶어주고 평생을 한 길로 인도합니다.
셋째, 신혼부부는 돈 문제를 서로 상의하십시오.
결혼생활에서 돈 문제는 커다란 논쟁거리이며, 때로는 결혼생활을 파탄으로 이끌어가는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돈 문제는 감당할 수 있는 부분과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가려내고, 분별력과 책임감을 강조해야 합니다.
때문에 항상 서로 상의하여 처리해야 합니다.
넷째, 신혼부부는 서로에게 헌신적으로 행동하십시오.
부부에게는 헌신적인 생각, 헌신적인 마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헌신이라는 것은 반드시 행동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헌신은 나를 버리는 행동입니다.
헌신은 상대방을 위하여 나를 없애는 행동입니다.
신랑신부는 양가의 부모님에게도 헌신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태어나는 자녀에게도 헌신적이어야 합니다.
이제,
마지막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주례사를 마치려고 합니다.
가정은 행복의 ‘종합 선물세트’ 입니다.
거기에는 웃음과 기쁨과 즐거움 같은 달콤함만 있는 것이 아니고 때로는 괴로움, 슬픔, 눈물도 있을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 남녀간의 열정적인 사랑은 3년의 사이클로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고, 뜨거워 졌다가 식었다가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본인은 두 분에게 가정을 창조한 지금부터는 열정적인 사랑이 아니라, 부부로서의 안정적인 사랑을 키워 나가줄 것을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안정적인 사랑은 같이 삶을 영위하는 세월과 비례하여 그 만큼 증폭이 되는 사랑으로, 절대로 내려가지도 않고 또 절대로 변하지도 않습니다.
부부는 안정적인 사랑을 통하여 행복의 ‘종합선물세트’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 신부는 두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가정이라는 행복의 종합선물세트를 잘 만들어서, 그리고 우리사회에 모범적인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잘 가꾸어서, 그것을 다시 양가 부모님과 이 자리에 오신 수많은 하례객에게 정성 들여 선물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당부합니다.
감사합니다.
和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