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의해 반출된 지 113년 만에 강원도 원주에 우뚝 선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12일 복원 기념식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보존처리 과정에서 탑 기단석 네 귀퉁이의 사자상 네 개도 되찾아 ‘완전체’를 이뤘다. [사진 국가유산청]
일제강점기인 1911년 반출됐던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하 지광국사탑)이 113년 만에 고향인 원주의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경복궁 야외에 서 있던 것을 2016년 보존처리를 위해 해체한 뒤 8년 만이다. 높이 5.39m, 무게 39.4톤에 달하는 이 탑은 고려시대 석탑 가운데 가장 조형미가 뛰어난 걸작으로 불린다.
“마치 늙고 병든 부모님을 10년 정도 치료해서 편히 고향집에 모시는 기분입니다.” 12일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하 연구원)과 원주시가 공동으로 개최한 복원 기념식이 열린 날. 행사 참석에 앞서 지난 10년 간 지광국사탑 보존·복원을 담당한 이태종 학예연구사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주까지 갔는데 탑의 원래 자리인 법천사 터가 아니라 전시관에 두는 이유는.
“사람으로 치면 노인인 데다 여기저기 병들고 아팠던 탑이다. 오랜 세월 풍화를 겪은 데다 앞선 수리 과정에서 사용된 시멘트로 인해 탑 부재(部材, 건축물의 뼈대가 되는 요소)들의 내구성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2022년 12월 전시관이 준공되면서 탑을 둘 자리가 확정됐다. 북쪽으로 난 통창을 통해 약 400m 떨어진 법천사 터의 지광국사탑비가 한 눈에 보이는 위치라 두 국보가 100여년 만에 상봉한 느낌이 난다.”
보존처리로 달라진 것은.
“부식되고 상한 부재들을 상당부분 신석재로 교체했다. 옥개석 같은 경우엔 48%, 즉 절반을 새 돌로 이어 맞췄다. 탑의 사면을 장식한 부조(浮彫, 도드라진 조각)들도 국가무형유산 이재순 석장 등의 솜씨로 원형에 맞게 복원했다. 무엇보다 사자상 4개까지 끼워맞춰서 ‘완전체’가 됐다.”
이 사자상들은 1911년 일본인 학자 세키노 타다시(關野貞)가 촬영한 유리건판 사진 속에선 탑 하층 기단석 네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었다. 1957년 수리 복원 후 행방이 묘연해졌고 반세기 이상 탑과 분리돼 있었다. 이태종 학예사는 2015년 학술논문 등을 뒤지다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사자상이 있다는 걸 밝혀내 이번에 제 모습으로 돌려놨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