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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한 경상도 사투리

碧空 2021. 3. 11. 20:17

♤며늘아 너무 그꾸 글지 마라♤

[글로 옮긴이: 어주자(실명 조정래)
말한이: 경북 예천 은풍면 오래실(五류里) 할머니]

며늘아! 니도 알다시피 올해는 날도 별스럽게 더벘다. 9남매 마카 다 "어메가 만든 된장이 좋다" 그카이, 내사 자식새끼 입에 들어가는 재미로 온 여름 내내 콩밭 가꾼는다꼬 생 몸서리가 났다.

니들이 다이어튼가 뭔가 한다캐사면서, 한 달에 몇 십만 원 주고 살 뺄랏고 추불 정도로 엥어콘 겨 놓은 곳에서, 옷도 남사스럽게 제대로 걸치지도 안하고, 젊은 남자 강사에게 지도 받고, 때로는 전신 마사지 받고, 때로는 수영하고 나댈 적에, 팔형오규 허백당 할배 아랫대로 기중 못 배운 니 시어마이는 아침부터 땡볕 따갑게 내리쪼이는 꽁밭에 나가서 온종일 엎드리 가, 잡풀 뽑다 보마, 날은 훅훅 찌고, 바람 한점없고, 등따리는 벌써 땀으로 다 젖어 뿌고, 얼굴은 땀이 문제가 아니고 소금기로 화끈거리고, 숨은 목구영까지 차오르고, 찌그렁박 같이 늙은 얼굴은 새카맣게 다 탓 뿌고, 땀은 거짓말 안해서 됫박으로 쏱아져도 허리 한번 못 핀다.

허리를 못 피는 이유는, 이제 이골이 날 정도로 허리가 아프다 못해 톱날로 써는 것 같이 고통스러워, 다시 허리를 일으키마 더 아프이 아픈 짐에 그대로 허리도 안 피고 한다. 장판교 조자룡도 세월 앞에 장사 없고, 천하일색 양귀비도 늙으면 쮸그래진닷고! 이래저래 너거 시어마이도 올 여름 유난히 더 늙어뿌릿다.

그래 너거들이 이번 긴 추석 연휴에도 미리미리 와서 늙은 시어마이 밭일은 도와 주지 안해도 되지만 시어마이한데 매년 된장은 버지기로 퍼다 먹고, 내가 낳은 우리 아들 일년 내내 끼고 살민서 무슨 추석명절이 그리도 힘이 든다꼬 달랑 추석 전날 한밤중에 도착해서 부산 땅에 왜놈이 처들어온 것도 아닌데 달랑 하룻밤 자고 마치 도망치듯이 서울로 도로 올라가삐다 아이가 ?
그래 놓코 무신 명절 연휴 후유증인지 휴가증인지 심하다꼬 '아침마당'에서 글키 나대쌓노 어잉?

지난 구정 설 때도 "야야 언만하면 오랜만에 왔으이 하룻밤만 더 자고 가거라" 캐도 시어마이 말은 예천장 쪼데기 용득이 헛소리보다 더 업신여기민서 그리 급하게 서울로 내리빼더니만 .. 니 시어마이가 아무리 언문도 모르는 무식쟁이라 캐사도 너거 차에 있는 신식 시겟도는 나도 안다. 너거 식구끼리만 용평 스키장 간다꼬 그키 불나게 훌러당 돌아가는 짓거리 안 캐도 알고, 캐도 다 안다.

시월이 우찌된 심판인지 그너무 테리비젼은 일년에 달랑 하룻밤 자고 도로 서울로 가는 며느리는 무슨 대단한 고생한다꼬 ..명절 후유증이 어떠니저떠니 떠든다마는 솔직하게 말해서 추석 준비나 구정 설 준비는 90프로 이 폭삭 늙은 시어마이가 다 한다 아이가?

참기름 짜고, 고추가루 빻꼬, 읍내 장터에 당당걸음으로 가서 떡 해오고, 땀으로 키운 곡식 중에 부실한 열매는 내가 묵고
실한 것만 일일이 골라내서 9남매 안 삐치도록 보따리 보따리 골고루 구분해서 싸매 놓고, 하물며 둘째 며느리가 좋아한다카는 씸바구 나물도 캐서 묵은 장에 저리 놓고, 셋째 아들넘 무우 시래기 좋아하이 남에 밭에까지 가서 무우청 얻어다가 냇물에 일일이 다 씻거가가 말라서 묶어놓고 장물도 따리서 마구 아홉 병이나 퍼 담아 놓고 온여름 땀으로 키운 깨금농사...단 한 대도 팔아서 내 입에 넌 거 없이 마카 추석이니 설이니 미리미리 지름방에 갖고가서 다 짜서 빈빙 나래비로 세워놓고 첫째부터 막내까정 골고로 낭가줄라꼬 준비하고 이래저래 설 준비로 이키로 추분데 눈뜰사이 없이 읍내 장터에 들락거리가만서 나도 매-앵 엉가이 애먹었다.

말난 짐에 너거들 지난번 김치 담아갔던 스노우 박스 왠만하면 도로 갖다 달라카이 왜 안갖고 오노? 그거 너거들은 김치만 빼고 휘-익 아파트 스레기장에 버리지만 나는 피눈물 같은 돈을 2500원이 주고 사온 스노우 박스다! 물로 씻거가 얼매든지 한번 더 써도 되는데 왜 버리뿌노? 매사 그렇게 포시랍게 살민서 도대체 니들이 명절 때 무슨 고생을 그리한다꼬 테레비에 나와서 입 놀리노 어이? 그카마 이 폭삭늘근 시어마이는 온 여름내내 콩 밭에 엎어져 살아도 안말 안하고 사능기 맨자구라서 그카나 아이믄 인간도 아이라!

자고로 뒷절마실 욕쟁 할마이 말이 하나도 안틀릿다. 그 할마이가 그카데. 내가 "아들자식이란 놈은 그저 지 살 깍아 준 어미는 생각도 안하고 그저 마누라 치마만 부여잡고 산다꼬!" 카이 욕쟁이 할마이가 ..며느리보다 내 속으로 낳은 아들넘들이 더하니 까짓거 욕할라면 시부지게 했뿌소! 하더니 그 할마이가 "아들 씨종놈들도 마카 머저리지. 지가 나온 구멍은 생각도 안하고 맨날 집어 넣을 구멍만 생각하는 시월이다!" 캐사면서 욕도 버지기로 하더라. 그래 너거 시골 시어마이가 못 배운 것은 있어도 욕쟁이 할마이 말미를 내가 모르는 것은 아이다.

니는 그래도 고급 자동차에 골프도 치고 사우나도 가고 전신맛사지도 받으면서 포시랍게 살지만 내는 시집 와서 그 다음날로부터 삼베 짜고, 시벽부터 일 나가 디딜방아에 참고 솔고 갈아끼 가민서 시어머님이 퍼 준 겉보리 호박돌에 빠사서, 아이로 한번 삶은 후 쌀 한 줌 정도 썪어서 다시 두불로 불 지파가 밥을 지어 쌀밥은 시부모님 두 분 먼저 퍼 디리고 너거 시아바이는 꽁보리밥 묵고 나는 누릉지 물 부가 그걸 퉁퉁 붓까가 먹고도 바로 정살미 골 돌나덜 땅 일굿타가 집에 돌아오면 사방이 캄캄했다. 그렇게 하면서도 시어머님에게 일 못한다꼬 긴 담배대로 등줄기 피줄이 서도록 뚜두리 맞아가면서 시집살이 했다.

이맘때면 해떨어졌다고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니지! 그너무 안동삼베 바랜다꼬 저녁엔 얼른 머얼건 국시 한 그릇 먹고 마당에 멍석 깔고 삼을 삼을 때 너거 조모님은 일찌감치 잠에 들었다가 며느리들 자부라갓꼬 눈거풀이 천근만근 무거울 쯤에서 어런이 다시 일어나니 잠도 올키 자 본 적도 없다.

한창 먹을 나이에 밤낮으로 일하니 젖이 나오질 않아서 오죽 배가고프마 땡감 떨어지는 것도 밤에 주워다 먹었는데 그 떫은 감도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배고프게 시집살이 했다마는 시방 내가 너거들 그렇케 하라는 것은 아니다만 따슨물 콸콸 나오는 아파트 살민서 그넘의 365일 달랑 추석하고 설에 시어마이 집에 댕기가면서 무슨 일을 글키 많이 했다꼬 태레비 아침마당에 나와서 "명절 중후군 우짜거 저짜고 호들갑이로 어이?"

그마 초봄부터 늦가울까정 논밤에 엎드려 일하는 늘근 시어마이는 그럼 뭐로? 인간도 아이라? 쇠떵거리로 맹근 경운기도 그키 일하면 고장 나고도 남는다. 글카꼬 시어마이가 언제 너거들한테 원망이나 돈 달라꼬 하드나? 뭣이 그키 시어마이가 잘못했다꼬 미즈넷미즈토크 같은 동네서 오만 시어마이 욕하고 그카노! 야들아 너무 그카지 마라. 니들만 인간이고 시골 사는 늘근 시어마이는 인간도 아이고 소나 돼지라?

그래 니들은 시월이 좋아서 자가용에다 출근하는 냄편 뒷꼭지에다가 오만 잔소리도 하고 낮 동안은 백화점 댕기면서 맛있는 거도 원없이 사묵고 산다는 거는 태비 보마 내도 인간이라 대충 안다. 그래도 언제 내가 너거들 보고 뭐라카드나? 왜 가만 있는 시어마이 꼭 시골 왔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너거 남편 달달 뽁아서 운전하다가 싸우고, 그카노 어이?

너무 크카지 마라 며느리가 인간이면 늘근 시어마이도 인간이다 너무 그카지 마라. 그넘의 스키장 그리 몰래 너거끼리만 안가도 된다. 같이가자 해도 내는 할 일이 많아서 못 가는 신세다. 빈말이라도 "어머님 우라하고 스키장 놀러가세요." 이카마 내가 너거들 스키가고 나면 마실 노인정에가서 "우리 며느리는 나보고 스키장 같이 가자카는데, 날도 춥고 안갔어. 우리 둘째 며느리는 말도 못하게 착해. 내는 며느리 복은 많은 시어마이야!" 내 큰소리만이라도 쳐도 배불를 끼다.

그카고 너거들만 시어마이 욕하는 세울이 아이다. 우리 늘근이들도 이런 우스개 요즈음 한다. 시골사는 시어마이들이 도시 며느리한데 아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아들이 시골 어메한데 주라고 준 용돈을 생활기록부인가 치부잭인가 하는 곳에 적을 때는 시어마이랏꼬 적지도 안하고 "촌년 오만원" 이렇게 적는다카는 우스개 말인데, 이 우시개 벌써 20년 넘었다카지만 너거 시어마이는 요즈음서야 들어서 아는 우스개다. 니도 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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