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의식의 정체와 작용 기전 밝힐 수 있는 실마리 제공
임사체험은 ‘죽음에 임한 사람들이 겪는 특이한 현상’을 의미하는 심리ㆍ정신의학 용어다.
임사체험은 영적ㆍ내적 성장을 이끄는 촉매도 되지만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기존의 가치관 때문에 내적 갈등을 겪을 수 있고, 주변에서 체험을 부정하거나 조롱하는 경우 자기 정신상태를 의심하며 불안해할 수도 있다. 내가 경험했던 치료자나 상담자 중에도 솔직하게 경험을 털어놓았다가 주변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바람에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다. 거꾸로 임사체험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체험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긍정적으로 적응해 가며 삶의 깊이를 더해가게 된다.
임사체험이 우리들 삶의 중요한 현상임을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도 제법 있다. 케에스 링은 82년 자신의 저서 『죽음 앞의 삶』에서 “실제 죽음의 문턱에 갔던 사람들 중 최소 3분의 1 이상이 이 체험을 한다”고 했고, 95년 미국의 갤럽 설문조사에서는 1300만 명 이상의 미국 사람이 임사체험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모두 정신과 의사인 브루스 스코튼, 알란 치넨, 존 바티스타가 29명의 전문가 기고를 받아 편집한 『자아초월 정신의학 교과서』에 따르면 미국 여론조사 결과 조사대상자의 70~80%가 현대의학 치료 기법의 한계에 실망하고 있으며 미국인의 58%가 영적 성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잘 안 받아들이는 임사체험을 과학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현상이 ‘인간의 의식은 두뇌의 산물이며 육체가 죽으면 소멸된다’는 유물론적 생물학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해온 최면 치료 과정에서 볼 때 육체가 죽어도 의식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두뇌가 형성되기 전인 임신 1개월의 태아 시절 기억이나, 엄마의 자궁으로 들어오기 전 상태의 기억을 말하는 환자들을 최면치료 과정에서는 흔히 만난다. 이들의 기억을 절대로 단순 환상이나 일부러 만들어낸 것으로 볼 수 없다. 치료 과정이 진행될수록 환자가 고통받는 현재의 문제와 현생 이전의 삶에 대한 기억 사이의 깊은 상호 관련이 드러나고, 일반 상담에서 해결할 수 없던 문제들이 해결 실마리를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원 환자의 10명 중 8~9명은 이런 치료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다.
기존 정신의학과 심리학은 임사체험과 유체이탈, 전생 기억, 초자연적 체험 등을 외면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실제로 경험하는 이런 현상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국제적으로 커져가고 있다. 60년대 말 탄생한 자아초월(Transpersonal) 정신의학이 그것이다. 기존 정신의학을 확장해 인식의 근원과 영혼ㆍ죽음ㆍ신비체험 등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정신현상을 연구 영역에 포함하는 ‘자아초월 의학’은 기존 정신의학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많은 증상을 해결한다. 임사체험도 자아초월 정신의학의 중요 연구과제며 이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인간 의식의 정체와 작용기전을 밝히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의 과학은 아직 ‘영혼’이라든가 인간의식의 근원과 본질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지만 임사체험이나 유체이탈과 같은 현상을 진지하게 연구하면 죽음 이후의 삶이 정말 존재하는지, 육체의 죽음 후에도 소멸되지 않는 영혼이 정말 있는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를 포함해 서울대 의료진 등 여러 전문가가 ‘양자에너지 의학 연구회’를 구성해 정기 학술 모임을 갖는 것도 ‘정신과 의식’의 문제를 ‘현재 과학ㆍ의학’을 넘어 역동적으로 발전 중인 ‘양자론’과의 연계성 속에서 찾아보려는 시도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