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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장영실의 자격루

碧空 2008. 7. 27. 10:34
남문현 교수 (문화재청 전문위원 /건국대 박물관장)

"최첨단 기술로도 23년 걸렸다”

세종대왕의 표준시계-자격루(自擊漏)복원한 남문현교수~

 “꼭 23년 걸렸군요. 감회가 새롭습니다.”1984년이었다. 자동제어가 전공인 남문현 건국대 교수(65)는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자동제어 기술이 당연히 있을 줄 믿고 ‘스스로 자(自)자’가 들어간 기록과 유물에 관심을 가졌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자격루(自擊漏)였다. 남문현 교수는 그때부터 1434년 조선 세종의 지시로 장영실이 발명한 자격루 복원에 매진했고 만든 지 573년 만인 20일, 완전복원에 성공했다. 자격루는 물시계이면서 자동시보장치를 갖춘 표준시계. 한국과학사의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자격루의 기본원리는 동아시아 전통의 유압식 물시계와 크고 작은 구슬을 이용한 아라비아식의 자격장치가 조합된 시스템이에요. 장영실은 중국 및 아라비아 시계 기술을 접목, 아날로그와 디지털 변환기로 접속되는 사이버 시스템을 발명한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우리나라 최초의 디지털 시계였던 셈이죠.”하지만 장영실의 자격루는 소실됐고, 현존하는 자격루(국보 229호)는 1536년에 다시 만든 것이다. 그것도 1만원권에 도안된 자격루는 물항아리 등 일부 부품뿐이다.“문헌에 나타난 기록을 토대로 철저한 고증작업을 펼쳤는데, 이번 복원작업에 모두 30여명의 내로라하는 학자 및 장인들과 최첨단 기술이 총동원됐어요. 그러니 570여년 전인 조선초의 과학기술이 얼마나 빼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지요.”

자격루는 물시계(아날로그)의 물의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다시 일정한 시차로 구슬과 인형을 건드려 자격장치(디지털)를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조선초에 이미 빼어난 자동제어시스템을 구축한 것인데,만약 쇠구슬의 크기가 1㎜만 달라도 제대로 된 시간을 측정할수없다.

“지금까지 현전했던 자격루의 물시계 항아리 배열방식이 일본학자들에 의해 크게 잘못됐는데, 이번 복원과정에서 바로잡았습니다. 대파수호-중파수호-소파수호 순(1열3단)으로….”자격루에는 백성을 끔찍하게 여겼던 세종의 경천애민사상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세종은 시각을 알리는 사람이 잘못 알리면 중벌을 면치 못하니 장영실에게 명하여 시각을 알리는 일을 맡길 시보인형을 나무로 만들었으니…사람의 힘이 들지 않았다”(세종실록 보루각기)는 기록에서 임금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자격루는 12지시(十二支時·2시간)마다 종이 한번씩 울리면서 동시에 그 시에 해당하는 십이지신 인형이 시간을 알리고(시기,時機), 밤(오후 7시부터 새벽 3시 무렵)까지는 북과 징을 울리도록(경점시보기구) 설계됐다. 자격루의 시보신호는 광화문을 거쳐 운종가 종루로 전해져서 인정과 파루시각을 알리는 데 사용됐다. 남교수는 “자동시보인형이 주는 신비감과 경외감 또한 대단했을 것”이라면서 “신묘한 재주를 지닌 왕실이라는 관념도 심어주었으니 통치의 도구로도 활용된 셈”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