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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국내용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단초가 된 것이 지난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라는 질(質) 경영을 표방한 신경영 선언(일명 프랑크푸르트 선언)부터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이 진출해 있는 전세계를 다니면서 수백시간의 강연을 통해 말들을 쏟아냈다. 그 말들을 33개의 큰 카테고리로 집대성한 것이 삼성의 '지행33훈'으로 17년만에 이를 개정한 것이 지난해 2월 발간돼 전임원에게 배포됐다. 과거 지행 33훈에서 강조됐던 7 · 4제를 비롯해 질 위주의 경영, 국제화 등 이미 완료된 과제는 새 내용으로 바뀌었다.
삼성의 지행33훈은 알고(知), 행동하며(行), 쓸 줄 알고(用), 가르치고(訓), 평가할 줄 아는(評) '지행용훈평'의 준말로 삼성 경영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을 얘기한 것이다. 새로 만들어진 책자에는 '초일류 기업 구현의 지침서'라고 표기돼 있다.

지행 33훈Ⅱ에는 최고경영자(CEO)의 역할, 기술전략, 인재 확보, 기업문화 등 경영 관련 33개 분야의 구체적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인재중심의 삼성 경영이념이 핵심적으로 담겨 있다.
▶인재(S급)는 인건비를 아끼지 말고 사장이 삼고초려해서 뽑아라
▶천재급 인재와 우수한 여성 인력은 장학금을 주고 선점하라
▶같은 직급이라도 3배 이상 연봉을 차등화하는 것이 1류 기업이다
▶구조조정은 매년 하위 1~3%를 정리하되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인원을 중심으로 교체하면 위기가 닥쳤을 때 20~30%를 내보내야 하는 일이 없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신성장동력 확보 전략인 인수 · 합병(M&A)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 사별로 전문가 팀을 만들어라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제휴나 스카우트보다 기술력을 갖춘 회사와의 합작을 먼저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CEO는 전용기와 헬기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하고 해외 출장시 꼭 해외 인프라를 견학하고 유명 인사와의 교류를 통해 견문을 넓혀라
▶지역 전문가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중점적으로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협력사와의 관계 및 위기의식을 재정립한 내용도 담겨 있다.
▶물량 보장, 공평한 이익 배분, 기술 이전 등을 통해 협력사를 육성하라
▶우수 협력업체는 경쟁사에 빼앗기지 않도록 하고 부정 가능성이 높은 보직은 수시로,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헝그리 정신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경영지침도 담겨있다.
임직원 복리에 대한 관심사도 깊이 있게 소개되고 있다.
▶사내 결혼식장 활용을 확대하고 복지시설이 잘된 업체를 벤치마킹하라
▶식당 설계 시에는 배기와 환기를 다른 곳보다 3~5배 강하게 해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복지시설은 앞을 내다보고 넉넉하고 크게 건설하라
▶이공계 우수 여학생은 장학금을 주고 졸업하면 곧장 채용하라, 어린이집 육아휴직 재택근무 등의 근무 여건도 조성하라는 임직원들의 복리후생에 대해서도 세세히 강조하고 있다.
▶동기끼리 급여가 3배 차이가 나오고 후배가 5배 많이 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눈에서 불이 번쩍나는 분위기가 유지되고 살아있는 브랜드가 나온다
▶임직원 교육 시 질문에 대해서는 결론부터 말하는 법에 대해 샘플을 만들어 교육하라
▶인재 육성을 위해 사관학교식 사장, 부사장 양성 코스를 운영하고 과장, 대리 교육은 각사가 하더라도 내용은 그룹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라는 것 등이 이 회장의 인재 교육 관리법이다.
이 회장은 R&D는 물론 법률 IR 구매 인사 재무 등의 인재를 확보하라는 지침도 만들었다. 이 회장은 "제품을 좋게 만들려면 제일 좋은 부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같은 회사라도 1.5류, 2류 부품을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등 지행 33훈에는 부품업은 모든 전자산업의 기본이며 핵심 부품 국산화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라는 지침을 담았다.
지행33훈Ⅱ'에는 이 밖에도
▶공장 부지를 확보할 때 처음부터 넓게 잡아야 한다
▶금융업은 신용과 함께 위엄, 친밀감이 중요하다
▶제조장비 개발을 위한 전담기구나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라는 등의 내용도 소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