碧空 2008. 12. 25. 16:48

[건강] 갑자기 당하는 중풍? 젊어서부터 서서히 키우는 뇌졸중! 
 
 

흔히 중풍이라고 부르는 뇌졸중은 한국인의 사망 원인 2위, 발병 시 사망률 1위의 질환이다. ‘갑자기 무엇인가에 당하다'라는 의미의 뇌졸중은 이전까지 아무런 증상도 없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는 무서운 병이다.

그러나 뇌졸중은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라, 30대부터 서서히 진행된다. 젊어서부터 고혈압을 방치하거나, 술·담배를 즐기면 뇌혈관에 손상을 입는 것이다. 젊음을 핑계로 건강을 소홀히 한다면 어느 순간 뇌졸중의 늪에 빠져 후회할 수 있다.


뇌졸중? 설마 내가……하

불과 한 달 전 일이다. 건장한 젊은이가 걱정스런 표정을 한 부인의 부축을 받고 진료실로 들어온다. 말쑥한 차림과는 달리 걸어 들어오는 모양새가 이상하다. 오른쪽 다리는 끌고 있고 오른쪽 어깨는 삐딱하며 팔은 그 무게만으로도 힘겨운 듯 축 처져 있다. 편측 마비증상이다. 몇 마디 대화를 시도했으나 원활하지 않다. 간신히 이름은 대답하지만 조금 복잡한 질문에는 동문서답하기 일쑤고 질문을 이해하려 무척 애쓰지만 원하는 답변은 하지 못한다. 언어장애다.

옆에서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있던 부인이 참다 못해 말문을 연다.
“오늘 아침이었어요. 이 사람이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나다가 넘어지는 거예요. 간신히 식탁에 앉아 식사할 때도 평소와 달리 말이 없고 숟가락질도 제대로 못하는 거예요. 아침에 회사에서 회의가 있지 않느냐고 물어 봐도 딴소리만 하고……. 하여튼 평소와는 다른 사람 같더라고요.”

두 아이의 아빠이자 견실한 IT업체 대표인 그는 올해 37세이다. 평소 성실하고 자상하기 그지없었다는 그에게 죄가 있다면 업무상 피할 수 없었던 숱하게 많은 술자리에 꼬박꼬박 참석한 것.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다 보니 자꾸만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 것. 그리고 지난 15년간 단 하루도 빼지 않고 피워 온 담배! 하지만 그는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건강에는 자신있다고 외치던 젊은 CEO였다.

급성 뇌졸중이 의심되어 급히 뇌 MRI를 촬영했다. 예상대로 급성 뇌경색이 확인되었다(그림 1). 사진을 보니 그의 뇌혈관은 도저히 37세의 뇌혈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약 보름간 입원하면서 언어치료, 운동치료 등의 적극적인 재활치료와 약물치료를 받았고 한 달이 경과한 지금 다행히 언어장애는 완전히 회복되었다. 운동기능도 이전의 90%까지 좋아졌다. 지금은 일터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고 근심으로 가득했던 그의 가정은 서서히 평온을 되찾아 가고 있다. 그리고 그는 15년간 피워 온 담배에게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중풍? 아~ 중풍!

뇌혈관 질환은 뇌로 가는 혈관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들을 일컫는다. 흔히 뇌졸중이라고 부르고 일반인들은 ‘중풍'이라는 단어에 더 익숙하다. 이 뇌졸중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되는데 뇌혈관이 터지면서 뇌에 피가 고이는 뇌출혈과(출혈성 뇌졸중) 뇌혈관이 막혀서 뇌세포가 죽게 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이다.

과거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뇌출혈이 훨씬 많았으나 최근 식습관과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인해 뇌경색 발병률이 더 높아진 상태다. 이 뇌혈관 질환은 암에 이어 우리 국민 사망 원인 2위 질환이자, 단일 질환 사망률 1위로 그 심각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특히 일단 발병하면 치뤄야 될 경제적·사회적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범국가적으로도 관심을 쏟고 있는 질환이다.

 


젊음, 과연 뇌졸중의 면죄부인가?

과거에는 노인들에게만 발생하는 질환으로 여겼던 뇌졸중이 최근 들어 40대 초반 심지어는 30대에서도 종종 발병하고 있다.

뇌졸중은 오랜 시간에 걸친 뇌혈관의 동맥경화성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 동맥경화성 변화가 심해져 혈관이 완전히 막히면 뇌경색이 발생하고 혈관이 내압을 견디다 못해 터지면 뇌출혈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혈관의 변화를 유발하는 주요 위험인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술, 담배 등이다.

젊다고 하더라도 오랜 기간 담배를 피워 왔다면 뇌졸중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 특히 젊은 사람도 앞서 언급한 위험인자들을 두 가지 이상 가진 경우 뇌졸중의 위험도는 급격히 증가한다. 결국 뇌혈관 질환에서는 단순히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뇌혈관의 나이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직장인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고 있는 스트레스가 뇌졸중의 위험인자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이다. 다만 스트레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과도한 음주와 흡연이 동반되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뇌졸중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젊은 여성이 피임약을 복용할 경우에는 뇌졸중의 위험이 증가하는가? 이 또한 위험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피임약을 복용하면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혈전이 생길 위험이 있지만 뇌졸중의 다른 위험인자가 동반되지 않은 한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여성들은 뇌졸중의 위험인자가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고 특히 흡연을 할 경우 뇌졸중의 위험이 몇 배로 증가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항상 머리가 무겁고 어지럽다, 혹시 나도?

뇌혈관 질환의 원인인 동맥경화성 변화가 오랜 시간 서서히 진행된다고 해서 뇌졸중의 증상 또한 서서히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뇌졸중 증상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그 순간 바로 발생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뇌졸중의 주요 증상

갑자기 한쪽 팔과 다리에 마비증상이 생겼다
갑자기 안면부위 마비증상이 생겼다.
갑자기 말이 어둔하고 음식을 삼킬 때 사래가 들린다.
갑자기 물체가 두 개로 보이기 시작한다.
갑자기 어지럽고 균형을 잡고 걸을 수가 없다.
갑자기 말귀를 못 알아 듣고 말을 잘 하지 못한다.
갑자기 시야결손이 생겼다.
갑자기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심한 두통이 생겼다.
갑자기 의식을 잃어 자극을 줘도 반응이 없다.

즉 혈관의 80%가 막히더라도 완전히 막히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완전히 막히거나 파열될 때 비로소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 자주 어지럽다거나, 항상 머리가 아프다거나, 얼굴 반쪽이 저리다거나 혹은 팔다리가 시린 일이 잦다고 해서 뇌졸중 증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뇌졸중은 대부분 갑작스럽게 나타나고 발생 위치에 따라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뇌졸중에는 손을 따야 한다?

닐 암스트롱은 1969년 달나라에 역사적인 족적을 남겼고 2008년 현재 화성 탐사선인 피닉스호는 화성에 착륙하여 곳곳을 누비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는데 유독 뇌졸중 치료에서 만큼은 상당수의 국민들이 조선시대적인 응급처치를 고집하고 있다.

혈전으로 인해 뇌혈관이 막혔거나 뇌혈관이 파열된 사람의 손을 따는 행동이라든지 뇌졸중으로 삼키기 장애가 발생한 사람에게 청심환을 억지로 먹이는 행동 등은 최소한 현대의 과학으로 볼 때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동이다.

뇌졸중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일단 발생하면 바로 뇌세포가 죽기 시작한다. 의학의 급속한 발달로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었고 그중 가장 효과적인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기 위해서는 증상 발생 최소 여섯 시간 이내에 신경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 도착해야 한다. 스텐트(인조철망) 시술 또한 마찬가지이다.

치료가 빠를수록 살릴 수 있는 뇌세포는 당연히 많아진다. 따라서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들을 시행하느라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

초급성기(증상이 발생한 뒤 여섯 시간 이내) 이후에는 항혈소판제제나 항응고제를 복용하게 되는데, 고지혈증·고혈압·당뇨 등의 위험인자가 있는지를 확인하여 치료한다. 빠른 약물치료와 함께 적극적인 재활치료가 병행될 경우 일부에서는 뇌졸중이 후유증 없이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뇌졸중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뇌졸중! 예방만이 살길이다.

뇌졸중 치료법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일단 발병하면 대부분 크고 작은 후유증을 남긴다. 따라서 뇌졸중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앞서 언급한 다양한 위험인자(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를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해야 한다. 또한 스트레스가 심하더라도 과도한 음주는 자제하고 항상 체중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무엇보다 금연이 중요하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 단짝 친구인 담배를 과감히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영원한 작별을 고한다면 뇌졸중의 위험에서 상당히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도망간 소가 돌아오지 않듯이 젊음을 핑계로 건강을 소홀히 하면 어느 순간 뇌졸중의 늪에 빠져 후회하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 이대균 / 한국산재의료원 안산중앙병원 신경과장